【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표현명 KT대표이사 직무 대행이 차기 CEO 공모에 나서지 않고 하마평과는 거리가 멀었던 정성복 KT윤리경영실장(부회장)이 응모하면서, KT 수장의 윤곽은 다시금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CEO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차기 회장 공개 모집 공고를 끝내고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23명으로 줄였다. 직접 응모한 30여명과 헤드헌터로부터 추천받은 15명을 합한 약 45명 중 절반이다.

23명의 후보들은 8명씩 3개 군으로 나뉘어 각 후보들과 관련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추천위원들에게 분배된다. 추천위원들은 12일까지 후보들에 대한 서류심사와 평판 조회 등을 거친다.

CEO추천위는 14일 추천위를 열어 3~4명으로 후보를 압축한 후 16일 전후로 면접에 들어간 후 차기 CEO 후보 1명을 정할 예정이다.

현재 예상외 변수로 판단되는 것은 표현명 사장이 KT 회장직에 응모하지 않은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표 사장이 직접 회장에 응모하지 않는 대신 부회장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괄, 통신, 비통신, 대외협력 등 4개 분야로 나눠 총괄에는 공개모집으로 뽑은 차기 CEO가 회장직으로 오는 대신, 표 사장은 기존 통신 분야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대외협력으로 자리를 옮겨 부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표현명 사장은 친박 인사와도 친분이 두텁고 입지도 탄탄해 굳이 회장 공개 모집에 응할 이유가 없다"면서 "표 사장의 경우는 올해가 아니더라도 다음 회장직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의 응모도 예상외다. 정 부회장이 근무하고 있는 윤리지원실 산하에는 CEO 추천위원회 실무를 담당하는 지배구조팀이 있다. 지배구조팀은 추천위원회의 실무를 맡아보는 조직 총괄로 정 부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CEO 인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이자 측근인 정 부회장의 입장에선 새로운 차기 회장이 선임되면 결국 물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자연스레 퇴사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회장 공모에 응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삼성출신 후보들은 회장직으로 오기보다는 전문 경영인의 형태로 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KT노조는 삼성 출신 인사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민주노총에 들어가 정치적인 저항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는 삼성의 경영 방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의중이 핵심이다. 청와대에서는 KT 인사와는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일뿐 이번 KT 차기 CEO 인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추천위는 14일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의중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4일의 이틀전인 12일께 이석채 전 회장의 검찰 소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쯤 되면 차기 CEO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CEO 추천위는 청와대의 압박을 받지 않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를 뽑았다는 모양새가 중요하다"면서 "청와대가 아직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추천위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y 100명 2013. 12. 9.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