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산업 발전계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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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콘텐츠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9일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급속한 디지털화에 따른 낡은 기술적 규제를 걷어내 방송 서비스 간 다양한 융합서비스를 도입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케이블방송에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인 8VBS를, 지상파방송엔 여러 채널을 허용하는 다채널방송(MMS)을 각각 허용토록 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8VSB는 진작부터 `서민을 위한 디지털 방송 서비스`로 주목을 받아왔다.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전면 도입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여전히 디지털 난시청 가구가 존재했다. 900만가구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이다. 이들 중 최소 400만가구 이상이 디지털TV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상파 방송만 화질과 음질이 2배 선명한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나머지 케이블 채널은 흐릿하게 봐야 했다. 이 방식은 정부의 기술고시만 바꾸면 바로 해결될 사안이었다. 지상파 디지털 전송방식으로 쓰이는 `8VSB`라는 방식을 케이블에도 허용하면 된다. 간단한 문제였지만 지상파 측은 번번이 반대했다. 케이블에 압축률이 좋지 않은 8VSB방식이 허용되면 중소 채널사업자(PP)가 퇴출되고 일부 종편에 대한 특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정부의 기술적 규제 혁신으로 디지털TV를 갖고 있어서 흐릿한 채널을 봐야 했던 문제점이 사라지게 됐다.

앞으로 디지털TV를 통해 MBN 등 종편은 물론 드라마ㆍ영화ㆍ스포츠 등 다양한 채널을 HD화질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미 내용적으로 지상파와 본격 경쟁관계에 있는 유료방송이 형식적으로도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다만 도입 시기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8VSB는 도입을 검토 중이나 시기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국민 편익 강화 측면에서 충분히 검토해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지상파에도 또 다른 방송 서비스를 허용했다. 다채널방송(MMS)이다. MMS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1개 채널을 여러 개로 쪼갤 수 있는 서비스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는 기존 채널 이외에 2~4개 채널을 더 방송할 수 있게 된다. 이미 KBS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연내 실험방송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BS가 24시간 뉴스채널이나 날씨, 재난방송용으로 MMS를 활용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방통위 관계자는 "MMS는 시청자 복지 증진, 사교육 절감 등을 위한 것"이라며 "광고 허용 등 구체적 내용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업계는 "처음엔 광고 없이 하다가 곧 콘텐츠 품질을 높인다며 광고를 요청할 것"이라며 "KBS와 EBS에 이어 MBC, SBS 등이 MMS에 뛰어들 경우 국내 방송시장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직접 수신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국내 지상파에 대한 MMS 허용은 `또 다른 케이블 방송의 양산`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MMS가 활성화된 영국의 경우 직접수신율이 전체 시청가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며 "케이블 등 유료망을 통해 방송하는 국내 지상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방송산업 규제 혁신과 함께 △방송콘텐츠 시장 활성화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 △차세대방송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방송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방향도 발표했다. 미래부는 프로그램제작사(PP)들이 케이블방송사(SO)로부터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급 기준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방안으로 프로그램 사용료를 유료방송의 TV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분에 연동시키는 방안이 언급됐다. 또 한 PP가 전체 PP 매출액의 3분의 1까지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한 시장점유율 규제도 49%까지 단계적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광고, 디지털사이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도 나서고 차세대 방송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케이블 등 매체별 UHD(초고화질) 로드맵을 마련해 상용화를 지원키로 했다.

방송콘텐츠 해외 진출도 돕는다. 내년 방송 분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종합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디딤돌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해외시장 정보 제공,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 무역장벽 해소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 <용어 설명>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 디지털방송 전송 방식 중 하나로 지상파에서 이미 시행 중이다. 현재 저화질 케이블TV 시청 가구도 추가 부담 없이 별도 장치를 달지 않고 고화질 디지털방송을 즐길 수 있다.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 디지털 압축 기술을 이용해 기존 채널을 여러 개로 분할ㆍ운영하는 다채널 서비스. 가령 현재 9-1번 1개 채널로 방송되는 KBS1은 KBS1-2(9-2번), KBS1-3(9-3번) 등 여러 개로 쪼개 방송할 수 있다.

by 100명 2013. 12. 11.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