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텔레캅이 희망과 현실을 담은 두 가지 버전의 실적 전망치를 상장 주관사 후보들에게 제시했다. 보안업계의 미래에 대한 KT텔레캅의 불안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텔레캅은 전날 KDB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를 불러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일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앞서 KT텔레캅은 각 증권사들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는데 여기에 두 개의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회사 상황이 아주 좋아질 경우 '100억원',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40억~5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이처럼 구분된 전망치를 제시한 것은 보안업계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민간 보안업체 시장은 에스원(50%), ADT캡스(20%), KT텔레캅(15%)이 지난 20년간 비슷한 점유율을 유지하며 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최근 ADT캡스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등장하면서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3위인 KT텔레캅이 2위 업체를 인수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의 부재는 너무 큰 공백이었다. 매각가격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ADT캡스의 거래를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KT가 예비입찰에 불참하면서 ADT캡스는 제3자의 손에 넘어가게 됐고 KT텔레캅의 앞날은 불안해졌다.

지난 2년 사이 당기순이익마저 크게 감소했다. KT텔레캅 관계자는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건물관리 사업을 떼어내면서 일시적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텔레캅의 매출에서 건물관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2011년 매출액은 2593억원, 2012년 매출액은 2961억원이었다. 선두업체 위주로 짜여진 구조 속에서 KT텔레캅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KT텔레캅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자금조달의 창구를 열어두기 위해 기업공개(IPO)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했던 약속대로라면 2015년 안에 상장하면 되지만 KT텔레캅은 2014년 내 IPO를 완료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비교대상기업은 상장업체인 에스원이다. 이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4~27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KT텔레캅은 20~30배 수준의 PER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목표치인 100억원을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약 2000억~3000억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인 50억원을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1000억~1500억원이다. 여기서 추가로 할인율을 매기게 된다.

2011년에 KT텔레캅과 손을 잡은 재무적투자자(FI)들은 당시 이 회사의 가치를 1600억원 정도로 평가했다. 당기순이익이 50억원 수준일 때 IPO를 실시하면 FI의 투자 수익은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가격 재조정(리픽싱) 조항이 있기 때문에 FI의 손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은 KT텔레캅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350억원어치, KB국민은행은 전환사채(CB) 150억원어치를 쥐고 있다. 보통주로 전환하는 가격은 주당 2만6000원이지만 협상에 따라 전환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다.

KT텔레캅은 FI가 가진 물량과 최대주주인 KT의 지분(현 지분율 86.82%) 일부를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포화 상태인 산업용 보안 시장에 힘을 쏟기 보다는 모그룹인 KT가 인프라를 선점한 가정용 시장을 개척하는 데 조달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by 100명 2013. 12. 11.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