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달 29일 ‘전화요금 70만원이 연체돼 고발조치 된다’는 KT직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폰뱅킹으로 780만원을 송금했다 고스란히 날렸다.

이모씨는 ‘본인 명의로 불법 다단계와 연계된 대포통장이 개설돼 수사 중이니 국가통장으로 옮기면 나중에 되돌려 준다’는 전화에 속아 598만원을 날렸다. 또 영양군 어느 마을 이장도 같은 방법에 속아 피해를 입고도 창피해 말을 못하고 있다.

전화금융사기, 속칭 ‘보이스 피싱’이 농촌을 노리고 있다. 그것도 농촌 중장년층이다.

그동안 대대적인 단속과 홍보로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 농촌마다 우후죽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민이 힘들게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한 돈을 날로 먹는 행태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혹한도 이보다 매섭지 않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한다.

농촌을 노린 보이스 피싱은 대부분 공공기관을 사칭한다. 수법도 날로 진화해 ‘눈을 뜨고 코를 베일’ 지경이다.

60대 후반의 한 농민은 어느 날 ‘검찰청이다’는 전화를 받고 보이스 피싱을 의심하며 끊었다. 하지만, 곧이어 걸려온 ‘검찰청’이라는 또 다른 전화를 받곤 7천만원을 날렸다. 피해 농민은 “앞서 걸려온 전화가 보이스 피싱이고, 범인을 잡아야 하니 협조해 달라는 말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족을 볼모로 한 보이스피싱에는 가슴마저 철렁 내려 앉는다. 청송의 최모씨는 포항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폭력사건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합의금을 보내려다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피해를 모면했다.

부남면의 우모씨는 ‘아이를 납치했으니 3천만원을 보내라’는 협박전화를 받고 무작정 은행을 찾았으나, 1회 인출 한도가 100만원으로 제한되는 규정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금융권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에 우체국은 단골 메뉴다. 우체국 택배는 요주의 대상이다.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택배가 반송됐다며 안내를 원할 경우 9번을 누르라는 전화를 받았다면 100% 보이스 피싱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 피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최근엔 ‘수도관리소 영업점이다. 테스트에 응하면 수도요금 30%를 감면해 주겠다’며 접근하기도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보이스 피싱 예방의 최선책은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전화를 받고 혼자 처리하려다 낭패를 당한다. 황급한 마음에 금융기관을 찾더라도 송금에 앞서 창구 직원과 한번쯤 대화를 나누는 게 예방책이다.

방패가 아무리 튼튼해도 뚫으려는 창이 있다면, 그 창에 맞는 방책이 마련돼야 한다. 혼자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소통하고 결정하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물론 당국의 좀 더 철저한 범죄망 색출과 수사가 필요하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든다. 내년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할 농민들이 더 이상 보이스 피싱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길 기원해 본다.

 

by 100명 2013. 12. 14.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