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KT 서초동 사옥에서 후임 인선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사의를 표명한 후 차를 타고 사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News1



이석채 전 KT 회장(68)의 횡령·배임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수사 초기 압박 강도를 높이던 모습과 달리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윗선'의 수사 목적이 이 전 회장의 사임이었던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수사동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4일 '자료 분석과 조사를 계속 중이며 수사를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이 전 회장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계속 나왔지만 검찰은 여전히 소환 일정을 정하지 않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지난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KT 성남 분당 본사와 서초사옥, 이 전 회장 자택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계 등에서는 이번 수사 초기부터 청와대 하명에 따른 '이석채 사임 압박용'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검찰의 연이은 포화를 받다 지난달 2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후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은 눈에 띄게 더뎌졌다. 횡령·배임 의혹 외에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로비 의혹이 제기된 야당 의원 측도 "검찰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정권 초기 개국 공신들의 자리를 챙겨줘야 할 청와대로서는 '전 정권 사람'인 이 전 회장을 물러나도록 할 필요가 있었고 검찰이 이에 따라 표적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수사 담당부서가 대형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니라 통상적인 고소·고발사건을 다루는 조사부에 맡긴 것부터가 수사 의지가 약하다는 반증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검사 양호산)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참여연대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전 회장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최대 868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다.

또 2010년에 지하철 5~8호선 역사와 전동차에 첨단IT 시스템을 구축하고 광고권을 임대하는 '스마트애드몰 사업' 추진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추진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도 있다.

이밖에 친척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던 OIC 랭귀지 비주얼(현 KT OIC) 주식을 주가보다 2배나 높게 사들이고 유 전 장관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회사에 77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이 전 회장은 야당 중진의원의 청탁을 받고 이 의원과 친분관계에 있는 벤처기업에 KT가 수십억원을 투자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 상태다.

by 100명 2013. 12. 14.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