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 내정자, 정권실세가 `낙점`?

이번 KT의 차기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된 데는 김기춘 청와대비서실장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이들은 같은 PK출신이면서 서울대동문이다. 또 통신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 낙점 된 점이 그렇다. 그는 반도체 전문가로 통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뿐만아니라 2010년 이명박 정권 시절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으로 2020년까지 `세계 5대 기술강국 도약, 10대 선도기술발굴, 100개 세계 1위 사업육성'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했으나 결과는 용두사미 장밋빛 청사진으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년 동안 연구한 4개 과제에 대해 2012년 R&D예산으로 우선 1500억원을 신청했으나 사업성이 어둡다는 이유로 최종 예산은 고작 90억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통신전문가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수 전 전통부차관 등을 제치고 올라선 점도 주목된다. 당초 황 내정자 설이 나올 때부터 김 실장을 등에 업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어왔다. 그런 점에서 40여명이 지원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미 초기부터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황 내정자는 무거운 짐을 지게됐다. 우선 KT 창사이래 가장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통신기업으로서의 전문성을 회복하는 데 최대 역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는 이석채 전 회장 체재에서 최고조에 달한 기업 구성원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빠른 시간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 특히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무너진 영업망과 조직을 복구하고 본원적인 경쟁력인 통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신임 회장이 KT의 당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KT 내부의 통합에 나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KT 신임 회장의 가장 큰 과제는 `올레KT'와 `원래KT'로 대변되는 내부 갈등을 푸는 일이 꼽힌다.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던 이석채 전 회장은, KT 내부 출신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중요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주요 보직을 `묻지마식 낙하산 인사'로 채우면서 KT 고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와해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100여명에 달할 정도다.

황 신임 회장 내정자도 이석채 전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전문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인사 원칙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조직통합과 동시에 무너진 영업조직을 복구하는 일도 중요 과제다. KT는 LTE 서비스 시작이 늦어지면서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부진을 부동산과 미디어, 금융 사업 등을 통해 적자를 메우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대역LTE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맞춰, 실추된 영업망을 복구하고 과감한 마케팅과 서비스 개발로 가입자 기반을 늘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황 내정자가 구성원들의 확실한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명확한 리더십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과거 이석채 전 회장 때처럼 53개 자회사를 거느린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니라, 본원적 경쟁력인 통신부문에 대한 집중력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조직 통합과 비전 제시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며 "CEO추천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면접과정에서 신임회장이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2. 17. 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