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다. 이석채 전 회장이 사퇴하고 수장 자리가 빈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동안 황 전 사장이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히긴 했지만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 통신 분야 경험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혔다. 그동안 KT 노동조합에서 삼성전자 출신에 대한 우려를 공공연히 표출한 만큼 내부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16일 KT CEO추천위원회는 면접심사를 통해 황 전 사장을 CEO 내정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황 내정자는 이날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장,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등과 경합을 벌였다.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기술총괄사장을 역임한 반도체 전문가다.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그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팀 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성균관대 석좌교수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CEO추천위는 황 내정자가 KT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능력과 추진력 및 글로벌마인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IT분야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시장창출 능력과 비전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한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KT CEO로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판단력-추진력 탁월”…통신시장 긴장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은 “새 KT CEO는 KT 직원들의 상실감을 채워주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잘 하실 것 같다”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판단력과 상실감 극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통신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 비전이 더욱 필요하다”며 “앞으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잘 해나가셔야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도 “황창규 전 사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혁신가(inovator)로 KT가 새로운 틀에서 근본적으로 변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ICT 생태계가 국내에만 한정되면 안되는 상황에서 황 전 사장 같은 분이 글로벌로 치고 나가는 부분은 잘 하실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또 “KT는 공적인 영역도 중요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ICT 생태계에 완전히 새로운 비전을 던져야 한다”며 “황 전 사장이 새로 KT CEO가 되면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비전을 제시해 KT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공감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자”면서도 재빠르게 황 내정자에 대한 성향을 파악하기 분주한 눈치다. 새 CEO의 스타일에 따라 경쟁상황이 바뀔 수 있는 만큼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SK텔레콤은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위해 훌륭하신 분이 된만큼 KT의 안정을 도모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ICT를 잘 알고 이해하는 분이 와서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자”며 “서로 협력해 통신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16일 최종 면접이 진행된 KT 서초사옥 올레캠퍼스

■KT 내부 기대 반, 근심 반

 

KT 내부는 다소 속내가 복잡하다. 요약하자면 기대 반, 근심 반이다. 황 내정자가 KT의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구조조정 등 큰폭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KT 한 고위 임원은 “황창규 전 사장이 통신분야 경험은 없지만 KT 내부의 전문가들도 많은 만큼 KT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닥친 현안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노조 쪽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무노조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본인이 KT와 화합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KT 노조에서는 삼성전자 출신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KT 노동조합 정책실 관계자는 “생각 밖의 결과라 노조에서도 황 전 사장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며 “노조는 ICT 전문가로 KT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역량을 가진 큰 인물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내일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T는 공식 입장을 통해 “황창규 내정자가 현재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KT의 경영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이라며 “경영공백으로 이완된 조직을 조기에 정비하고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정부와 경쟁사 등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도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장 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경영을 정상화하고 각종 현안을 신속히 처리하는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y 100명 2013. 12. 17.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