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회장 '배임' 혐의 짙어…소환 후 구속영장 검토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의혹 등을 수사중인 검찰이 핵심 임원들을 잇따라 소환하는 등 막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르면 이번 주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이 스마트몰(지하철 광고사업) 사업의 손실을 예상한 실무진 보고를 무시한 채 투자를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을 잡고 중점적으로 수사중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검찰이 2010년 11월29일자 KT 임원회의 회의록 내용을 분석한 결과, KT 가치경영실은 스마트몰 사업에 투자할 경우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했지만 이 회장과 임원들은 실무진 의견을 묵살하고 투자를 강행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 전 회장이 임직원에게 지급한 상여금 중 3분의1 가량을 되돌려받는 방법으로 2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과 관련된 구체적인 단서를 상당수 수집했다.

수사팀은 KT 임직원들의 연봉현황표 등 관련 자료와 함께 2009~2012년 임직원 계좌 수백개를 대상으로 자금 유출입 내역을 비교한 결과, 서류상에 기재된 액수와 실제 지급된 액수간 차이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표현명 대표이사를 지난 11일 소환하고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을 지난 4일 불러 조사하는 등 최근 전·현직 임원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 임원을 상대로 비관적인 사업 전망에도 투자를 강행한 배경과 이 전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 상여금 과다 지급 후 일부 상환에 대한 이면계약 여부 등을 추궁했다.

검찰은 주요 임직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사실상 끝낸 상태이며 이르면 이번 주중에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직접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현 회장을 소환한 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다른 임원들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사법처리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월 말 KT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이 전 회장의 배임, 횡령 혐의 등 각종 비리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이 전 회장은 OIC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를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인수해 KT 측에 손해를 끼치고, KT가 보유한 사옥 39곳을 감정가에 못미친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의혹 등을 받아 왔다.
by 100명 2013. 12. 18. 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