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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31,000원 상승450 1.5%) CEO 내정자가 17일 서울 모처에 사무실을 마련,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CEO직에 취임할 것으로 알려져 KT 사업구조 및 현안 이해 등 업무 파악에 바로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 통신판 '황의 법칙' 나올까=KT는 시장 포화로 성장 정체에 빠져든 통신사업을 대신해 BC카드, KT렌탈 등 외부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해왔던 그의 리더십과 미래비전 설정 능력이 KT에서 어떻게 발휘될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황창규 KT호(號)' 출범과 맞물려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선 통신 시장에서 또다른 '황의 법칙'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낸다. 모두가 이미 닫혔다고 생각하는 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 "모바일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대만 반도체 학술대회를 정례화 하는 등 미래비전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 왔다.

한편에선 황 CEO 내정자가 '혁신'으로 통하는 '삼성식 성공 DNA'를 KT에 어느 정도 속도로 접목시킬지를 더 주목해야한다고 전망한다. 황 CEO 내정자는 KT그룹의 양대 간판사업인 통신사업과 금융업에 대해 정통하지 않다. 여기에 현재 KT는 내부 갈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무리한 삼성문화 이식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후속 조직개편 및 인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 대 삼성 관계 변화?=이석채 전 KT회장 시절 KT와 삼성전자 (1,395,000원 상승5000 -0.4%) 관계는 "愛憎(애증)의 5년."으로 통한다. 스마트폰 공급정책이나 스마트TV 이용대가 등 주요 현안에서 '견원지간'처럼 갈등했을 때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사의 관계가 금이 갔던 건 지난 2009년 이석채 KT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당시 KT는 이통사 가운데 유일하게 '아이폰'을 들여왔다. 이에 대응해 삼성이 SK텔레콤에만 '옴니아폰'을 공급하자 이 회장은 '홍길동폰'을 운운하며 삼성전자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뒷날에도 "아이폰을 초기 도입할 당시 처음에는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갤럭시'와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 공급문제로 양사간 불화는 한동안 거듭됐다.

냉랭해진 양사의 관계는 지난해 2월 KT가 삼성 스마트TV의 자사망 접속을 차단하면서 폭발했다. 삼성이 '망 이용대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망 접속을 끊어버렸던 것. 이후 KT와 삼성은 스마트TV 사업에서 다시 손을 잡으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감정의 앙금이 쉽게 해결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던 KT의 새 수장에 '삼성맨'이 낙점됐다. 황 CEO 내정자는 삼성전자 내에서 휴대폰 사업을 직접 맡은 적이 없거니와 이석채 회장 취임 직후 삼성을 떠났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친정'인만큼 양사의 기술 및 서비스 협력 물꼬가 과거보다는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KT를 지렛대로 통신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 전망한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통신 단말기 장비 제조사인 삼성과 국내 최대 통신 인프라를 보유한 KT의 밀착 관계가 기존 시장 경쟁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나 협력은 이해득실에 따라 갈리는 법"이라며 일축했다.

 

by 100명 2013. 12. 18. 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