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의 차기 CEO 최종 후보자에 선출됐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초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KT의 회장직에 오를 예정이다.

황창규 후보자에 대한 시선은 다채롭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나친 성과주의로 조직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경영능력 이외에 KT의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바로 도덕성이다. 남중수, 이석채 등 전 대표들이 뇌물, 배임 등의 이유로 불명예 퇴진했다. 대표를 둘러싼 낙하산 임원 문제 역시 고질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KT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기본적으로 3년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다른 민간기업 CEO들에게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KT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KT는 흔히 다른 기업과 갈등을 빚을 때 '재벌', '족벌' 등의 단어로 비판하지만 KT CEO 역시 3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이석채 전 회장은 남중수 전 사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것을 보면서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윤리경영실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고, 내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리를 척결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정작 자신에 대한 견제, 감사시스템은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전 회장은 남 전사장의 뒤를 쫓았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새 CEO 후보자가 결정되면 ‘인수위’가 출범한다는 얘기도 한다. 어느 조직이나 자기사람을 중용하지만 KT는 주인이 없다보니 자기 사람을 넘어 정권의 사람까지 중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석채 전 회장이 사람, 도덕성에 대한 문제로 시끄러웠던 만큼 황 후보자는 앞으로 3년간 경영외적인 사안으로 잡음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3년이라는 시간을 잘 고려해야 한다. 3년 주기로 CEO가 바뀌다보니 3년간 실험만 하다 끝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3년마다 신성장동력이 바뀌고 경영철학이 바뀔 경우 KT의 기초체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단기, 중장기, 장기 비전이 구분돼야 한다. 당장 떨어진 이동통신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겠지만 모든 역량을 거기에만 집중할 경우 중장기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KT는 가진 것이 많은 기업이다. 물적, 인적 자산이 어느 통신사보다 풍부하다. 이제는 훌륭한 자산을 잘 꿰 보물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전임 CEO들이 어떻게 물러났는지만 마음속에 새겨둔다면 황창규 후보자는 충분히 성공한 CEO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by 100명 2013. 12. 18.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