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억 원대 배임, 70억 원대 횡령 혐의
- 80여 명에 달하는 KT 임직원 조사받아..일부는 불구속 기소될 듯

- 새 회장 맞은 임원들 긴장..윤갑근 1차장과 악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회삿돈 횡령 혐의와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68) 전 KT(030200)회장이 19일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회장은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조사를 받은 뒤 구속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9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 별다른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표적수사라고 생각하냐”는 등의 기자 질문이 이어지자,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지 않느냐”고 말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을 소환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 전 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이 전 회장뿐 아니라, 80여 명의 전·현직 KT 임직원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1500억 원대의 배임과 70억 원대의 횡령 혐의로 전해졌다.

배임 혐의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스마트애드몰(지하철 광고사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60억 원대 손해를 끼쳤고 △KT 사옥 39곳을 감정가보다 헐값에 매각해 회사 측에 피해를 줬으며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를 KT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에 인수해 회사에 피해를 줬고 △특정 펀드에 감정가의 75%만 받고 사옥을 넘겨 KT가 869억 원의 손실을 떠안고, 주변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로 5~15년간 장기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며 △KT엠하우스가 야권 거물급 중진인 A 의원의 청탁으로 부실기업인 모바일 리워드 광고앱 B사에 20억 원의 투자를 지시한 혐의 등이다.

이 전 회장뿐 아니라 김일영 KT 사장(코퍼레이트센터장), 표현명 CEO 직무대행, 이상훈 전 G&E 사장도 배임 관련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임원에게 지급한 상여금 중 일부를 되돌려받는 횡령 수법으로 20억 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 정관계에 로비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임원 상여금 과다 지급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조사받은 KT 임원들만 25명에 달한다.

검찰 소식통은 “이석채 회장은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 한 두 차례 더 소환조사 받을 것으로 안다”며 “검찰은 이 회장은 구속기소, 나머지 임원들은 불구속 기소를 목표로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회장 맞은 KT 임원 긴장…윤갑근 차장과 악연

KT는 얼마 전 황창규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새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황 후보는 자신의 집과 가까운 서초구 우면동 소재 KT 연구개발센터에 출근 중인데, 조만간 가칭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원 인선을 준비할 예정이다.

자칫 전·현직 임원 다수를 검찰에서 기소한다면 이후 진행될 재판때문에 황창규 KT 호에서 활동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결국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도 1~2년의 법정 공방으로 근무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황 후보가 쓸 수 있는 인재 풀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을 소환하면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행(제1차장)과 KT와의 악연도 주목받고 있다. 윤갑근 차장은 2008년 당시 남중수 KT 사장을 하도급업체 등으로부터 3억여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전 회장의 비리 혐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 소식통은 “윤갑근 검사는 남 사장을 구속한 뒤 KT 본사가 있는 성남의 지청장을 맡아 누구보다 KT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며 “그런 그가 조사부를 총괄지휘하는 제1차장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이석채 회장 측은 윤갑근 차장과 인연이 깊은 명동성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세종과 법무 대응을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by 100명 2013. 12. 19. 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