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KT 조직이 비대한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근본적 문제는 비대한 조직이 아니라 사실상 생명력을 잃은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KT 전직 사장 출신 인사는 KT 조직 문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조직이 지속되는 한 고비용·저효율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KT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창규 KT 회장 후보가 해결하기 가장 까다로운 문제가 `조직 혁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KT 조직은 그동안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높은 임금 비용 때문에 경쟁사보다 1조원 이상의 고정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당장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는 게 해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된다. 새 정부의 고용창출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KT 안팎에선 황 회장 후보가 과감한 조직 혁신을 단행하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직의 규모가 산술적으로 너무 비대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무사안일주의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KT 전·현직 임직원들도 “황 회장 후보가 KT 조직을 이전과는 100% 다른 조직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전체적으로 혁신 기조에 무게를 뒀다. 이들은 황 회장 후보가 KT 조직을 기능별로 전문화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철저한 성과보상 등 책임 경영이 가능하도록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 전체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조직 혁신 방안은 황 회장 후보가 취임과 동시에 조기에 구체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칫 조직 혁신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KT 특유의 내부 저항과 반발 등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하고,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황 회장 후보의 조직 혁신은 주인의식과 열린 문화의 수평적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5년간 소수의 최고경영진이 의사결정권을 독점한 KT는 조직 전체에 무력감이 팽배해진 탓이다.

KT 임원 출신 인사는 “현장의 의견이 철저하게 묵살되기 일쑤였다”며 “최고경영진을 제외하고 의사결정권이 없는 조직에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역설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고경영진과 현장인력의 괴리감이 커지면 KT 전체의 효율성도 훼손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KT 안팎에선 황 회장 후보가 필요하다면 조직을 과감하게 슬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유무선 통합 등 급변하는 통신 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KT 체질 개선을 위한 일부 조직 폐지 혹은 기능별 통폐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KT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과 원칙 적용이 기본 전제로 깔린다.

KT 전직 한 임원은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보다 계열사의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본사 직원을 일부 이직시키는 연착륙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T의 새로운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 전략적 사고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출발점은 조직 혁신이라는 것을 KT 임직원들도 인정했다. 난마처럼 얽힌 조직 문제를 풀어낼

황 후보의 `고통 분담 리더십`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by 100명 2013. 12. 20. 0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