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이 이석채 전 회장에 이어 KT 주요 임원들의 횡령, 비자금 조성 의혹에까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혹여 타깃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눈치다.

23일 KT와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회장뿐 아니라 배임·횡령 혐의에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KT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KT 재직시절 자회사 인수합병과 부동산 매각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해 회사에 1500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재직할 당시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 ‘OIC랭귀지비주얼’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주식을 비싸게 산 혐의, ‘사이버 MBA’를 고가에 인수한 혐의, 스크린광고 사업체 ‘스마트애드몰’에 과다 투자한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 등 주요 임원들이 개입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측근 임원들의 연봉을 높게 준 뒤 이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30여명의 임원들이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처럼 전·현직 KT 임원 다수를 기소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황창규 회장의 임원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T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임원들에 대한 대거 물갈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퇴임사실을 통보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KT 일각에서는 상무 이상 임원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바뀌고 내·외부인사등 새 인물로 채워질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현재 이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임원들은 36명 가량으로 126명의 전체임원 가운데 약 30%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 내정자는 최근 “앞으로 인사청탁을 할 경우, 불이익은 물론 처벌할 것”이라는 말을 전체 임원회의에 전달했다. 이는 황 내정자 취임 뒤 큰 폭의 물갈이성 임원 인사가 있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CEO 교체과정에서 끊이지 않는 고질적 인사문제를 해결짓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분석된다.

KT의 한 임원은 “CEO 교체과정의 상처가 큰 상황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사태풍도 KT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낙하산 인사근절과 함께 무엇보다 조직을 잘 추스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횡령·배임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진행중인 이석채 전 KT 회장이 세 번째 소환을 앞두고 돌연 입원했다. 이 전 회장 측은 23일까지 추가 검사를 받은 뒤 검찰 출석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by 100명 2013. 12. 24.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