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일성으로 인사청탁 근절 주가는 일단 상승

“외부 인사청탁을 근절하겠다.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

지난 16일 KT 회장(CEO) 후보로 지명된 황창규(60·사진) 내정자의 첫 메시지다. 19일 KT 임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다. 황 내정자는 또 e메일에서 “KT의 방만 경영을 끝마치겠다”고 썼다. 내년 1월 27일 임시주총에서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인 황 내정자가 인사 문제와 방만한 경영 상태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KT의 상황을 반영한다.

하지만 공룡 KT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수없이 많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이석채 전임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에 대한 파장이 예고돼 있다. 당장 KT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인터넷(IP)TV와 위성방송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률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휴대전화 보조금을 공개해 시장 판도를 바꿀 법률도 예정돼 있다. 홍콩에 매각한 무궁화 3호 위성의 원상회복 명령도 내려진 상태다. 황 내정자를 소개할 때마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인 ‘황의 법칙’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그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는 2000년대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선도할 때 얘기다. 제조업과 달리 황 내정자가 이끌 유·무선 통신 사업은 강력한 경쟁자와 까다로운 소비자, 시장의 룰을 결정하는 정책 당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이다. ‘업(業)’의 본질이 다른 것이다.

일단 KT의 주가는 황 내정자 선정 후에 상승세다. 황 내정자가 난제를 뚫고 KT의 재도약을 이끌어 새로운 ‘법칙’을 만들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by 100명 2013. 12. 25.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