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생산성 향상·신규사업 발굴로 승부

 

2009년 12월은 KT가 인적자원 관리(HR) 면에서 일대 전환점을 맞은 시기였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5992명의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한 것이다. 이는 2003년 5500여 명에 달했던 인력구조조정 보다 많은 규모였다.

 

그 결과 3만7500여 명(2008년말 KT·KTF 합산기준)이던 직원수는 3만1500여 명으로 줄었다. 일시적으로 상당액의 명퇴 자금이 소요됐지만, 인력 감축으로 매년 약 4600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생겼고 이를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는 게 KT의 자평이다. 이는 취임 당시부터 조직슬림화를 고민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이후 직원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3만2186명에 이르고 있고, KT 그룹사 전체로 보면 6만여 명으로 더욱 커진다. 특히 KT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KT의 비중은 8.16%(2012년말 기준)로 단순 비교로 볼 때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산 2.6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통신 3위 기업인 LG유플러스의 3.69%에 비해서도 2배를 훨씬 웃돈다. 그 만큼 인력운영에 비효율이 많다는 의미다.

 

이 전 회장도 퇴임 직전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KT는 매년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더 많이 인건비가 소요되고 있다"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가진 기업이라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인건비 차이를 1조원 까지 줄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에게도 인적자원 관리의 방정식은 해법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다. '위기'를 구실로 인위적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꾀할지,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신규사업 발굴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성장하는 모델을 추구할 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경쟁사에 뒤쳐지는 경영 효율성

 

▲ 황창규 KT 회장 후보자

인건비 절대 금액으로만 봐도 KT는 1조9426억원으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합산 4916억원, LG유플러스 4033억원과 비교가 안된다. 이석채 전 회장 말대로 인건비 격차가 약 1조5000억원 나는 셈이다. 경쟁사와 인건비 격차를 1조원 까지 낮추려면 지금보다 5000억원을 더줄여야 하며, 이는 직원수 기준으로 볼 때 약 25%인 8000명을 추가 구조조정 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황창규 회장 후보자가 내년 1월 취임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전 회장 취임 때와 황 후보자 취임 때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취임 후 KT-KTF 합병을 통해 유무선 사업을 합쳤고, 이 과정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명예퇴직을 유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노동조합이 동의할리 만무하고, 반드시 인력 감축만이 효율적 경영의 '롤모델'은 아니다. 또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정부 정책 기조가 일자리창출을 우선시 하는 만큼, KT가 쉽사리 인력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대신할 대안은

 

인력구조조정이 힘들다면 나올 수 있는 대안은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신규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증대 등이다. 황 후보자는 최근 KT 임원들에게 e메일을 통해 "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황 후보자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내년 1월 취임후 대대적인 개혁이 예고된다.

 

다만 비용절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전임 최고경영자(CEO)가 추진중이던 사업중 비효율성을 찾는다 해도 금액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통신기업 입장에선 가입자 포화상태가 진행된 지 오래된 만큼 이미 줄일 수 있는 비용은 대부분 줄였다는 해석도 있다.

 

때문에 황 후보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생산성 향상과 신규사업 발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삼성SDS 사내벤처로 출발했듯이 오히려 KT의 풍부한 인력구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만2000여명의 인력을 비용으로만 인식말고 자원으로 생각하면 역발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직원들 근속연수가 20년이 될 정도로 평균연령이 높다는 점은 생산성 향상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 후보자에 대한 신규사업 발굴 기대감도 높다. 황 후보자는 삼성전자 사장 시절 세계 최초로 50나노미터(nm) 공정의 16기가비트(Gb) 플래시메모리 개발 성공을 발표한 자리에서 "이동하는 자가 승리하고 성을 쌓는 자는 패배할 것이다"라며 디지털 유목민을 화두로 던진 바 있다. 시대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잘 아는 만큼 통신 이외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by 100명 2013. 12. 25. 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