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신임회장에 내정된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 내년 1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KT의 정식 CEO가 될 황 전 사장을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황 내정자에 대해서는 KT의 ‘낙하산 인사’ 피로도를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자 재계 1위 기업에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베테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다.

하지만 너무나도 '삼성적인' 그의 이력이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여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아 ‘무노조 경영’에 익숙한 황 내정자의 ‘삼성식 경영’이 KT 구성원들과 만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통신판 ‘황의 법칙’? '통신혁신+탈통신' 인력 배치할 듯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ICT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황창규 내정자의 소감이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을 정도로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통신업 혁신을 꾀하고 이와 함께 ICT 융합형 비즈니스로 탈(脫)통신 움직임에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성장하겠다는 것.

‘황의 법칙’(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이론)처럼 통신판에서의 혁신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비(非) 통신통인 황 내정자는 필요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KT 한 관계자가 황 내정자를
두고 "통신통이 아닌 황창규 후보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의아했다"며 "다른 유력 후보자들 뒤에 줄 선 이들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황 내정자는 통신과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삼성전자 재임 시절과 이후 활동을 통해 황 내정자가 맺은 지인들 가운데 통신통(通)을 참모로 내세우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황창규호에 승선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최두환 전 KT 종합기술원 원장,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 센터장(사장), 조신 전 SK브로드밴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CJ헬로비전 사외이사인 형 전 상임위원은 황 내정자가 지식경제부 산하 R&D전략기획단장을 맡으면서 관계를 맺은 인물이다. 황 후보는 삼성전자 퇴사 후 2010년부터 3년간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장을 지낸 바 있다. 최 원장과 황 후보는 부산고·서울대 전기공학과 동문으로 고교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으며, 홍 사장은 황 후보의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기술총괄사장 시절 인연을 맺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하나로텔레콤·SK브로드밴드 사장을 역임한 조씨는 황 후보가 수장으로 있던 R&D전략기획단의 정보통신산업 총괄 투자관리자였다.

이들 모두 황 내정자가 6만여(계열사 포함) KT 식구들에게 필요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할 '액션 플랜'을 구상할 인물들로 거론된다.

과제는…낙하산 인사 청산·적자 계열사 처리 급선무

황 내정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히는 것은 소위 ‘낙하산’ 인사 청산과 적자 계열사 정리 작업이다. 이는 황 후보가 ‘낙하산 논란’에서 비껴서 있는 만큼, 누구보다 강경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간 KT는 민영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따라 CEO가 교체되면서 ‘낙하산 인사’의 대표 사례로 지적돼 왔다.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KT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MB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씨에게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을 맡기는 등 친이계 인사를 KT 고위 임원으로 잇달아 영입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T 낙하산 인사는 36명 수준으로 임원 180여명(계열사 포함) 중 약 20%다. ‘황창규호’의 순항을 위해 현재의 인적구조 손보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올만 하다.

황 내정자는 최근 한 임원과 대화도중,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KT 임원들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외부인사청탁을 근절하고 인사 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하겠다"며 "KT의 방만경영을 끝마치고 KT 임원들이 앞장서서 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낙하산 인사 청산으로 조직을 슬림화 한 후, 삼성 DNA를 심겠다는 의지 아니겠나”고 해석했다.

53개 계열사, 6만여 임직원으로 비대해진 조직도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T의 경우 이 전 회장 취임 이후 계열사가 30여개에서 53개로 늘어난 상태.

KT 관계자는 “탈통신 사업이 잘 된 것도 있고, 손해보는 것도 있다”며 “새 CEO는 이에 대한 정확한 검토·논의를 거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KT의 국제회계기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7346억원, 3078억원. 전년대비 매출은 7.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2.7% 증가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4%, 11.6% 하락했다.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 등 KT 영업이익 개선을 주도하는 계열사가 있는 반면 케이티에스비데이터서비스, 케이티클라우드웨어, 센티오스(구 케이씨스마트서비스), 유스트림코리아, 케이티앰엔에스, 티온텔레콤 등 적자를 기록(2012년12월31일 기준)하고 있는 곳도 많다.

무노조 경영 20년, 노조와의 파트너십이 관건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09년 1월 퇴사한 황 내정자의 경우, 퇴임 이후 삼성전자 상담역으로 활동해 온 기간까지 합산하면 무려 25년동안 ‘삼성맨’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가 KT에 여러 사업 부문에 ‘삼성 DNA’를 심는 과정에 불거질 수 있는 직원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나갈지에 ‘황창규호’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황 내정자가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 비전을 나누고 참여를 이끌겠다”는 내용의 소감을 밝혔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는 얘기다.

KT 관계자는 “황 후보자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무노조 경영 철학이 유훈처럼 내려온 삼성의 경영자로서 오래 있었던 게 그의 약점”이라며 “하지만 한편으로는 계열사 사장으로 있던 사람에게 '무노조 철학'이 확고히 있었겠나라는 생각이다. KT에서 노동자들을 경영 파트너로서 인정하는 것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프로필
1953년 1월23일 부산 출생/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1989년 삼성전자 입사/2008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現 성균관대 석좌교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

by 100명 2013. 12. 25.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