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KT의 과제
주파수처럼 갈라진 조직,광대역으로 묶을 리더십
황창규 내정자가 우여곡절 끝에 KT 최고경영자(CEO)로 낙점된 지 일주일이 흘렀다. 황 내정자가 '키'를 잡는 4기 민영 KT호가 공식 출항하는 새해 1월 27일까지 남은 시간도 1개월여다. 황 내정자는 '난파선'과 다름없는 KT를 조각조각 끼워맞춰 정상 출항을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황창규호는 출항 후 귀항까지 주어진 3년 임기에 통신공룡 KT를 초일류 종합방송통신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한다. 황 내정자가 "잠이 안 온다"라는 첫 공식 일성으로 고민과 부담을 내비친 이유다. 그렇다면 황 내정자가 잠을 설치면서까지 고민하는 KT의 당면 과제는 뭘까.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4기를 맞는 민영 KT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KT는 이석채 전 회장 재임 기간인 5년간 '올래 KT'(외부 영입 KT 직원)와 '원래 KT'(내부 KT 직원)로 양분돼 분열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6000여명 대상의 마른수건 짜기식 명예퇴직과 외부 임원 중심의 조직 운영에 KT 직원들의 상처는 깊어져 있다.

이제 '잠든 통신공룡 KT'를 깨워 하늘 높이 날게 할지, 아니면 그대로 안방에서 잠자게 할는지 황창규 내정자의 손에 달려 있다.

■'생즉필사 사즉필생' 리더십

23일 업계에 따르면 황 내정자가 KT를 살리기 위해 선택해야 할 가장 급한 처방은 '화합'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조언이다. '가화만사성'이란 말처럼 내부 결속이 이뤄진 후에야 외부와의 싸움에서도 이긴다. 특히 '혁신'이란 채찍에 맞아 상처받은 KT 임직원에겐 환부 치료가 먼저다. 또다시 혁신은 상처만 키우는 일이란 것.

공교롭게 황 내정자는 평소 경영철학인 '생즉필사, 사즉필생'(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이란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그가 위기 시 내부 결속과 결연한 의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얘기다.

해군장교 출신인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사장 재임 시절에 해군사관학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황 내정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친필로 쓴 '사즉필생, 생즉필사'라는 글귀를 접했다.

그는 이를 여러 장 복사해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나눠준 후 내부 결속과 위기 의지를 다졌다는 일화가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매년 세계 반도체 1위 달성이란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런 황 내정자의 내부 결속과 결연한 의지의 리더십이 KT에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첫 인사 '원래+올래=100% KT'

내부 결속의 첫 단계로는 주파수 대역처럼 나뉘어진 '원래'와 '올래' 직원을 통합해 '광대역 조직'으로 만드는 일이다. '하나의 KT' 또는 '100% KT'는 황창규호 성패의 가늠자다.

100% KT를 위해서는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 첫 인사와 조직개편을 어떻게 하느냐다.

그 일환으로 낙하산식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30여명의 임원들에 대한 과감한 인사조치다.

요직을 차지한 채 전횡을 휘두른 외부 영입 임원들이 KT의 조직 갈등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외부 영입 임원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외부 영입 임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정리해고는 또 다른 상처와 역차별의 전례를 남길 수 있어 성과와 능력에 따른 '옥석가리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팀장급 이하 직급을 통합한 '매니저 제도'의 폐단도 혁신 대상이다. 그간 비효율적으로 이뤄진 인력 재배치와 지역·출신 차별성 인사도 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창규호 성패는 '낙하산 차단'

황 내정자의 경영 성패는 '낙하산' 인사 차단 여부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전임자와의 선을 긋는 핵심 인사 원칙이다.


그러나 황 내정자를 지원하던 차관급 인사가 벌써부터 KT 고위직으로의 입성과 인사조각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KT 안팎을 들썩이게 하고 있어 주위에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4기 민영 KT호의 출항부터 낙하산 인사의 승선은 황 내정자의 혁신의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나마 황 내정자가 최근 KT 최고위 임원들에게 "앞으로 인사청탁을 할 경우 불이익은 물론 처벌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일은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묵은 지뢰' 제거 과제

전임 CEO 시절 만들어진 '묵은 지뢰성 이슈'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도 황 내정자의 당면 과제다. 자칫, 황 내정자가 3년 임기 내내 묵은 지뢰 제거에 시간을 모두 허비하다가 끝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그중 KT 위성 매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KT의 위성 매각에 대해 "법규 위반으로 무효"라면서 처벌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 사건의 여파를 조기에 수습해 KT를 정상궤도로 돌려놓는 것도 과제다.

by 100명 2013. 12. 25. 0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