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됐다지만 정권영향 받아
지배구조 재확립 후 지켜내야

 

지난 2002년 민영화된 KT는 올해까지 총 3명의 쟁쟁한 인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거쳐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가운데 2명이 불명예 퇴진했다.

 

표면적 이유는 비리혐의와 배임혐의다. 모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물러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보다 숨겨진 이유에 더 무게감을 둔다. 정권 교체후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물리적으로 퇴임시켰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CEO 수난사 이어져

 

민영화 1기 CEO는 이용경 사장이다. 이 사장은 엑슨 책임연구원, AT&T 벨 연구소 책임연구원을 거쳐 1991년 KT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2002년 KT 민영화 직전 자회사인 KTF 사장을 역임했고, 민영화 직후 KT 사장에 올랐다. 당시는 김대중 정권 시절이었다. 하지만 2003년 노무현 정권이 들어섰고, 이 사장은 2005년 8월 임기 만료후 단임으로 물러났다.

 

노무현 정권 시절 2기 CEO는 남중수 사장이 맡았다. 남 사장은 1982년 한국통신에 입사한 뒤 역시 KTF 사장을 거쳐 2005년 8월 KT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연임 이후 불행의 길로 들어섰다. 남 사장은 2008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2007년말 주주총회를 앞당겨 실시, 연임에 성공했다. 2008년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시기다. 때문에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남 사장은 납품 비리 혐의로 그 해 낙마했다. 

 

이후 들어선 CEO가 이석채 사장이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직급을 회장으로 올렸고 KT-KTF 합병, BC카드·금호렌트카 등을 인수하면서 탈통신 전략을 펼쳤다. 이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후 끊임없이 사퇴설에 시달려왔다. 결국 배임혐의를 잡은 검찰의 고강도 조사끝에 자진 사퇴했다.

 

◇오너없는 KT..규제산업 한계 겪어

 

▲ KT 주주구성 현황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관리공단(8.5%)이다. 정부지분은 한 주도 없다. 미국에선 DR(주식예탁증서)도 거래되고 있어 글로벌 상장기준에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마치 공기업과 같이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우선 KT의 사업구조상 규제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정부에 이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업은 정부에게 소요권이 있는 주파수를 기본으로 한다. 주파수 대여에서부터 시작해 요금제도에 이르기 까지 규제를 안받은 일이 없다. 최근 KT와 홍콩 ABS사와 체결했던 무궁화 3호 위성 매각계약이 무효라며 미래부가 원상복구를 명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달리 KT만 유독 붙임이 심한 것은 오너 없는 지배구조 때문이다.

 

오너가 없으니 매번 전문경영인이 CEO에 오르게 된다.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전문경영인은 외부 임김에 휘둘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다. CEO 선출과정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사회내 CEO추천위원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공모하는데, 이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니 정권 의사가 반영될 수 있다는 의혹이다. CEO추천위 구성원에 따라 CEO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 뽑힌 황창규 후보자의 경우 정치권 인사가 아니어서 낙하산 논란은 피했지만, 5년뒤 정권이 바뀔 경우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사회 구조 재정립 후 지켜내야

 

▲ KT 지배구조위원회 위원명단

 

때문에 이사회 구조를 재정립해 KT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단체나 언론 등을 통해 강하게 일고 있다.

 

일각에선 제너럴 일렉트릭(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CEO 후보군을 육성하고 선출토록 하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1994년 취임 직후 10여명의 내부 후보를 뽑아 6년간 치열하게 경쟁시킨 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프리 이멜트를 후계자로 정한 바 있다. 이런 지배구조가 있었기에 GE가 135년 동안 살아남으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실 이석채 전 회장도 2009년 취임 직후부터 KT의 지배구조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2010년에는 이사회내 상설 위원회로 지배구조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이와관련 국회 한 관계자는 "KT의 지배구조위원회는 그동안 활동을 통해 GE식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정권이 바뀔 무렵 KT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던 배후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배구조위원회 활동은 2013년 들어서 매우 뜸해졌다. 올해 단 한 차례, 그것도 정관일부 변경안을 보고받는 수준에서 활동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지배구조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셈이다.

 

때문에 황창규 후보자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취임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사항은 지배구조 개선와 이에 대한 정권의 암묵적 동의를 받아내는 일이다.

by 100명 2013. 12. 30.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