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KT 등 대기업들이 전자책 사업에서 점차 손을 뗄 움직임이다. 전자책 단말기·콘텐츠 분야 시장 상황을 밝게 보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에서 발을 빼는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에 비해 아직도 저조한 전자책 비중에다 성장성까지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 참여로 활기를 기대했던 전자책 업계는 실망한 분위기다.

30일 다수의 전자책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I&C는 전자책 서비스 `오도독`을 내년 초 접을 예정이며, KT는 내년 전자책 사업 중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부문을 다른 전자책 사업자에 위탁할 계획이다.

신세계I&C는 이미 전자책 담당 부서를 축소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전자책 담당 직원 수를 대폭 줄였다”며 “새해 초 사업을 철수하고 나면 기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유지할 최소 인력만 남겨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KT도 전자책 B2C부문을 다른 기업에 위탁하기로 결정했으나, CEO 교체시기에 최종 결정은 잠시 보류됐다”고 전했다.

신세계와 KT가 전자책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대폭 축소시키는 이유는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률이 기대이하로 저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출판 시장에서 전자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2%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과 비교해도 차이는 확연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지난해 이미 7.3%에 달했다.

전자책 시장이 급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콘텐츠 부족으로 꼽힌다. 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출판된 도서의 약 15~20% 만이 전자책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즉, 베스트셀러 10권 중 2권 정도만이 전자책으로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전자책 사업자 대표는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많이 나와야 전자책 업계도 활성화되는데 종이책 업계가 시장이 무너질까 두려워 전자책 출판을 꺼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기업들이 전자책 사업을 잇달아 축소하거나 철수하면서 그 여파가 전체 전자책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세계I&C는 지난해 7월 오도독 서비스를 시작해 약 1년 반 만에 사업을 접는다. KT는 2010년 4월 전자책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전자책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지만 전자책 시장에 너무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나가서 다른 중소 전자책 사업자에게 시장위축에 따른 피해가 갈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신세계와 KT 측은 전자책 사업 축소나 중단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신세계I&C 관계자는 “사업 철수가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으며 KT 관계자는 “전자책 B2C 사업 위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3. 12. 31.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