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문건 단독 입수

가계부채에 ‘경제허리’ 붕괴… 月收 120배 빚에 시름

대부분 고리사채 의존… 빚내 빚갚는 악순환 시달려
최근 2년 새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불이행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중위소득 범위 이상의 중산층·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산층 붕괴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경제 불안을 심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같은 사실은 세계일보 취재팀이 1일 2012년과 2013년 사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 중 526명의 개시신청서·채권자 목록·재산목록·자술서 등 관련 문건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분석 대상 442명(가족 미기재 37명, 기각·대상 47명 제외) 가운데 중산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256명과 19명으로 57%, 5%를 기록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38%인 169명에 머물렀다. 중산층 범위는 통계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중위소득의 50∼150%를 적용한 연간소득(2012년 3인 기준 1839만∼5518만원, 4인 기준 2124만∼6384만원)을 통해 산출했다.

조사 결과 1인당 채무액(479명 기준)은 최소 1021만원에서 최고 13억3990만원, 평균 2억5046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1인당 월평균 소득 209만원의 12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들은 특히 개인회생 신청 전까지 연 30∼40%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과 사채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사채 규모는 전체 1202억원의 18.2%인 220억원으로 ▲카드·캐피탈·할부금융 16.1%(193억원) ▲배드뱅크·보증보험 12.1%(145억원) ▲저축은행 6.8%(81억원) 등 2·3 금융권 비중이 컸다. 은행은 30.8%(371억원)였다. 특히 중산층의 대부업·사채 비중이 18%로 저소득층(20%)과 비슷했고 고소득층도 11%에 달했다. 1인당 평균 사채가 6000만원으로 등록 대부업 이용자 1인당 대출액 300만원의 20배에 이르렀다. 미등록사채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상당수 채무불이행자가 여전히 협박·가혹 행위 등 불법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6세였고 재산 규모는 2188만원에 불과했다. 파산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개인회생 신청자가 5년에 걸쳐 최저생계비의 150%를 뺀 가용소득을 변제액으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불안정한 직업과 소득에다 까다로운 변제조건으로 회생과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거 형태의 경우 전체의 절반을 웃도는 248명이 전월세여서 향후 전월세난 심화 때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법원 내 도산전문가로 꼽히는 정준영 부천지원장은 “중산층 파산은 전 세계적 현상이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면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채무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하고 주거비용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도 “근로소득과 부동산에 의존했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문제는 빚 없이 당장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계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47명은 소득 불분명, 은닉재산, 변제계획 이행 불투명, 신청인 포기 등의 이유로 기각 혹은 비인가·폐지 판결을 받았다.

by 100명 2014. 1. 2. 0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