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홈페이지에 학부모·졸업생 비판 글 줄이어
- 수원 동우여고생들, 교과서 선정 반대 대자보

- 전국서 교학사 채택 고교 10곳···6일 집계 예정

울산 현대고 게시판에 자신을 졸업생이라고 소개한 김모씨가 학교 측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사진= 울산 현대고 홈페이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교학사 교과서 채택 고교들이 구성원들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한국사 교과서 선정에 대해 학생·학부모·동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일 현재까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는 △울산 현대고 △대구 포산고 △경북 성주고 △전주 상산고 △경기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파주 운정고 △여주 제일고 △성남 영덕여고 등 10곳으로 알려졌다.

이중 울산지역에서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현대고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2회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모 씨는 “일제강점기와 친일을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미화하고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찬양하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온갖 오류투성이의 교과서로 무엇을 가르치려하는가”라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6회 졸업생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모 씨도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가 역사 교과서를 교학사 제품으로 선정했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교학사 교과서 선정 고교가 전국에 1%밖에 안 되는데 거기에 이름을 올리느냐,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교과서 선정 취소를 요구했다.

경기도 수원의 동우여고에서는 학생들이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가 학교 측에서 10분만에 철거, 마찰을 빚었다. 학생들은 교내 6곳에 붙인 대자보에서 “경기도내에서 조사된 436개 학교에서 단 5개 학교만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는데, 그 중 두 학교가 (같은 학교법인 계열의) 동원고·동우여고라는 점이 개탄스럽다”며 “역사를 가장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의문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안중근 의사를 교과서 색인 목록에서 제외한 점 △249쪽에 ‘조선인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닌 경우가 많았다’고 저술한 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5·16’ 사료를 선별적으로 편집, 역사적 오류가 다수 발견된 점 등을 들어 학교 측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의 영덕여고에서는 학교 측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1일부터 학부모 등의 반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사진= 영덕여고 홈페이지)
성남 영덕여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는 글들을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분당 학부모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며 “여학교인데 장래 어머니가 될 인재들에게 왜곡된 교육을 하다니, 학생들이 모를 것 같은가”라며 학교 측을 비난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그렇게 믿었던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며 “아직 늦지 않았다.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파주 운정고에서도 학부모들이 3일 학교 앞에서 교학사교과서 채택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주지역 학부모 사이트에는 ‘분란 많은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운정고에 온 것을 후회한다’, ‘자녀가 운정고 1학년인데 새해 첫날부터 날벼락’이라는 학부모들의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채택 집계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1일 현재 전국 2350여개 고교 중 10곳 정도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한 집계 결과는 오는 6일쯤 나올 예정이다.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학생들이 2일 오전 교내 6곳에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게재했다.(사진= ‘동우여고학생’ 트위터 계정)


by 100명 2014. 1. 2.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