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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소득의 50%를 빈곤선이라고 부른다. 통계청의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 1068만원이다. 처분가능 소득기준 빈곤율은 16.5%였다. 국민 6명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한국인의 주관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11점 만점에 6.0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6.6점)을 밑도는 수치다. OECD 36개 국가 중에서는 26위에 그쳤다. 19세 이상 인구중 소득이 있는 사람은 76.4%였는데 이중 소득에 만족하는 사람은 12.1%에 불과했다. 반면 불만족인 사람은 49.0%에 달했다. 사회경제적 지위 관련 '상층·중층·하층' 중 '하층'을 택한 답변도 46.7%나 됐다.

'안녕하지 못한' 한국의 현주소다. 성장률, 물가, 수출 등 거시지표는 나아진다지만 삶은 결코 그렇지 않다. 국민 모두는 여전히 '불경기'를 살고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에 좌절한다. 늘어나는 빚, 쪼들리는 소득에 힘겨워한다.

머니투데이는 설문조사나 여론조사 대신 소셜네미디어 분석으로 이 현실을 재확인했다. '조사'가 갖는 의도된 답변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날 것'이 주는 충격은 더 했다.

머니투데이가 소셜미디어 분석 전문기관 사이람(CYRAM)에 의뢰해 특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2011년, 2013년의 트윗 15억개를 분석한 결과 2011년에 비해 2013년 '불경기'를 언급한 트윗수는 3배 넘게 늘었다. 불경기에 대한 언급은 자연스레 '양극화'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불황, 침체에 둔감해지고 체념하는 모습도 감지됐다.

팍팍한 삶의 근원에는 '가계 빚'이 놓여 있다. 가계빚의 원인은 '예상대로' 집과 교육비였다.

◇2년전에 비해 '불경기' 체감도 커졌다 = 경기에 대한 체감도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불경기'를 키워드로 분석했다. 불황, 경기 침체 등도 포함했다. 2011년 하반기에 비해 2013년 하반기에 불경기에 대한 트윗 언급이 크게 늘어났다.

'불경기'를 키워드로 한 트윗 수는 2011년 하반기 1만9946건에서 2013년 하반기 2만8378건으로 1.4배 증가했다. 관련 트윗 작성자수는 2013년 하반기 1만2530명으로 2011년 하반기(1827명)의 6.8배에 달했다. 2년전에 비해 '불경기'에 대한 체감도가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1년과 2013년 불경기 '내용'의 차이도 확인된다. 불경기 트윗에 담긴 키워드를 보면 2011년엔 미국, 글로벌 등 '세계경제 불황'과 관련된 언급이 많았다. 주요 키워드 중 국내 문제와 관련된 것은 부동산(5위)이 전부였다. 반면 2013년엔 부동산이 1위를 차지했다. 사업(8위) 서민(9위) 기업(10위) 아파트(17위) 등 대내 환경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부'라는 단어가 2011년 12위에서 2013년 4위로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만의 침체라기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침체 여파의 일부로 인식했다는 얘기다.
대외여건에 따른 불황인 만큼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반대로 2013년 정부가 주요 키워드로 언급된 것은 인식의 변화를 뜻한다. 생활 속 불경기를 체감하면서 눈을 정부와 기업 등 국내 경제주체로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키워드 3위로 '장기'가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시 불황으로 인식하기보다 장기 침체로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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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체념…양극화로 = 2013년 트윗의 흐름을 봐도 그렇다. 불경기 관련 트윗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줄었다. 연초 1만2000건이 넘을 만큼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월평균 트윗수를 보면 상반기 8358개에서 하반기 4874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경기가 개선됐기 때문이 아니라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불경기'에 대한 둔감, 체념 현상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것은 불경기의 연관어로 분석한 '양극화'에 대한 결과다. 2013년 양극화 전체 트윗수는 3만7034건(작성자 1만4851명)으로 불경기(7만4571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불경기 관련 트윗이 2번 나올 때 양극화 관련 트윗이 1번 나온 꼴이다. '불경기' 트윗 작성자 2만6762명중 양극화를 동시 언급한 사람은 6875명으로 25.6%였다. 4명중 한명은 불경기와 양극화를 함께 떠올린다는 얘기다.

월별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그 비중이 더 커졌다. 하반기에는 7월(45.4%)에만 50%를 밑돌았을 뿐 계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11월에는 84.9%까지 치솟았다. 경기 불황에 둔감해진 반면 불공정·불평등을 뜻하는 양극화는 점차 부각됐다는 의미다. 양극화와 관련해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심화'였다. 양극화 심화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회(2위), 경제(3위), 소득(8위), 교육(10위) 등 양극화의 주제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삶을 짓누르는 가계부채 = 경기에 대한 체감도와 함께 가계 재정에 부담을 주는 원인을 찾았다. 살림살이를 짓누르는 1차 요인은 역시 '빚'이었다. 2011년 하반기(4만8373건)와 2013년 하반기(5만19건) 모두 압도적 1위였다. 2013년 가계부채 트윗수는 10만557건에 달했다. 작성자는 3만4058명이었다.

가계부채 언급은 '연중 지속'이었다. 월 1만건이 기본이었다. 키워드를 보면 가계부채의 원인을 짐작케한다. 2013년 상반기엔 학자금(1위) 대학생(3위) 학자금 대출(5위) 등록금(7위) 등 대학 등록금 관련이 주였다. 반면 하반기에는 주택대출(4위) 헛꿈(6위) 집마련(7위) 집주인(8위) 등 주택 대출에 대한 부담을 언급하는 비중이 커졌다. '전세' 키워드가 상반기 20위에서 하반기 11위로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계의 걱정거리가 집과 등록금으로 요약 가능한 셈이다.

가계부채에 이은 트윗 2위는 양육비(1만698건)였다. 2년전 1만9105건에서 절반 정도 줄었다. 물가도 4383건에서 2391건으로 감소했다. 설과 추석 등 계절적 요인이 있을 때만 트윗이 조금 늘었으며 전반적으로 언급이 많지 않았다. 무상보육과 물가 안정이 실생활에서도 체감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의료비는 4369건에서 7177건으로, 노후비는 2198건에서 808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 두 항목 모두 대선 공약 사항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의료비의 경우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 공약'과 노후비는 '기초노령연금' 공약과 맞물린다. 또 두 공약 모두 폐기·후퇴 논란에 휩싸였던 9월 의료비와 노후비 관련 트윗이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by 100명 2014. 1. 2.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