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젤, LPG 등에서도 美 기업들 두각 나타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했던 세계 정유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값싼 원유를 확보한 미국 정유 기업들이 디젤, 엑화프로판가스(LPG), 가솔린 등 석유 정유제품 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국제 석유 업계를 주름 잡았던 아시아 정유 기업들이 최근 미국 정유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국 석유 관련 기업들이 유럽과 남미를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도쿄전기(TEPCO)는 지난 2월 미국 석유회사 EPD로부터 LPG 20만톤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최근 미국산 디젤을 더 많이 사고 있다. 이전까지 브라질은 아시아 정유 기업으로부터 디젤을 구매했다. 영국석유기업 BP와 다국적 석유거래회사 비톨그룹은 최근 미국산 항공유를 도입해 중국 바이어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유럽 국가들이 수입하는 미국산 디젤 양도 하루 평균 130만배럴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이 양이 한 해 사이 두 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비정부기구(NGO)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루시안 푸글리아레시 회장은 미국내 저렴해진 에너지 가격이 수출의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선박금융 전문은행 DNB뱅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된 프로판 가스는 톤당 620달러로 중국(1000달러)보다 싸다. 부탄가스 가격 격차는 이보다 더 크다고 DNB뱅크는 덧붙였다.

네덜란드 석유 공급회사 트라피휘라 베헤이르는 “셰일층 석유 제품 생산 증가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점차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2016년 파나마 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고 미국 기업들의 운송 비용이 절감되면 이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산 석유 제품 급습에 아시아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SK이노베이션(096770), S오일은 물론 세계 최대 정유단지를 보유중인 인도 석유화학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도 시장 지배력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 10여년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저렴한 미국 제품의 공세로 마진 폭은 물론 주문 건수마저 감소 추세라고 WSJ는 전했다.


by 100명 2014. 1. 2.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