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뒤 본격적인 가입자 쟁탈전이 시작됐다. 미래부는 한때 CJ 특별법이라고 불렸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6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땨르면 유선방송 사업자(SO)의 점유율 상한이 전체 SO 가입가구의 3분의 1에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 가구의 3분의 1로 확대된다. 방송구역 겸영 제한도 폐지돼 77개 SO 방송권역 가운데 3분의 1을 넘을 수 없었던 규제가 폐지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일 사업자가 최대로 모집할 수 있는 가입자가 497만 가구에서 830만 가구까지 늘어나게 된다. 11월말 기준으로 1위 SO인 CJ헬로비전은 23개 권역에서 419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가입자 상한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되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이 가입자 248만명으로 업계 3위인 씨앤엠을 인수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올해 들어서만 나라방송과 영서방송, 호남방송 등 5개 지역 SO를 사들이면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10월 4년 만기로 1500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해 실탄도 두둑한 편이다. 업계 2위 티브로드도 비상이 걸렸다. 티브로드는 30일 3자 배정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확보하고 인수합병 대열에 뛰어들었다. 티브로드의 가입자는 334만 가구, 역시 씨앤엠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이 씨앤엠을 인수하면 가입자가 667만 가구로 티브로드의 두 배가 된다. 거꾸로 씨앤엠이 티브로드에 넘어가면 가입자가 582만가구로 CJ헬로비전을 훌쩍 앞지르게 된다. 4위 SO 현대HCN이 매물로 나오지 않는 이상 누가 씨앤엠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바뀌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유료방송 시장 전체적으로 가입자당 매출(ARPU)이 정체 상태인데다 특히 SO 업계는 디지털 전환이 지지부진해서 규모의 경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해 방송통신 시장은 방송 부문 ARPU가 정체되고 통신(초고속 인터넷) ARPU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요금을 낮추거나 약정기간을 늘려 할인율을 높이고 저가형 서비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ARPU 감소를 감당하기 힘든 업체는 도태될 수 있어 업체별로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유료방송 시장 가입자 현황 ⓒ 방송통신위원회·키움증권
 
업계에서는 결국 군소 SO들은 정리되고 SO 1~2위 사업자와 KT 등만 살아남게 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SO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방송통신 산업의 블루오션은 주문형 비디오가 될 텐데 이미 IPTV 쪽에서 KT가 결합상품을 무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정작 SO들은 디지털 전환율이 낮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돼야 가격 인하와 함께 디지털 전환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O 점유율 규제 완화와 함께 논의됐던 KT와 KT스카이라이프 합산 규제는 일단 보류된 상태다. KT IPTV와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더하면 700만 가구에 육박한다. 가입자 상한을 830만 가구로 잡으면 추가 확보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복 가입 가구를 감안하면 가입자 상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KT가 지나치게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산규제 이슈가 표류하는 건 KT가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대선 개입 논란 등으로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어부지리로 해를 넘겼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SO들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의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결국 합산규제 논의는 2월 임시국회나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by 100명 2014. 1. 3.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