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무궁화 위성을 정부 허가도 받지 않고 헐값에 외국 기업에 팔았다가 이를 다시 더 비싼 돈을 들여 재매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KT의 처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KT의 위성사업 자(子)회사인 KT샛은 2011년 9월 “수명(壽命)이 다했다”는 이유로 무궁화 2, 3호를 홍콩의 위성서비스 회사인 ABS에 매각했다. 이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직접 비용만 총 4500억원 이상 투자한 무궁화위성 2호, 3호를 1% 수준인 45억원에 매각해 고철값도 안 되는 헐값에 국가적 자산을 매각했다"며 "특히 3호는 설계수명 12년 종료 직후인 2011년 9월에 매각해 잔존 연료와 기기성능 모든 면에서 무궁화위성 2호 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을 받아야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1996년 설계수명 10년으로 발사된 무궁화 2호는 40억4000만원에, 1999년 설계수명 12년으로 발사된 무궁화 3호는 5억3000만원에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KT샛측은 "위성 자체의 매매 가격은 5억원이 맞다"면서도 "위성 매각은 잔존 가치를 고려해 결정하는데, 당시 설계 수명을 다한 위성을 기술지원 및 관제 비용 등 200여억 원대의 관련 계약이 체결돼 있다"고 말했다. 순전히 '고철값'만 받고 매각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유승희 의원에 따르면 홍콩 ABS는 KT로부터 사들인 무궁화 위성을 이용해 중동,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나토(NATO)와 미군, 러시아 방송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평균 55% 성장률을 자랑하며 위성전문기업으로 급성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KT측은 대외무역법상 수출이 제한된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인공위성을 관련 정부부처 승인도 받지 않고 헐값에 팔았다는 지적에 “해당 위성들은 이미 설계 수명이 지났기 때문에 폐기위성이다.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전략물자인 무궁화 3호 위성을 대외무역법에 따른 적법한 수출허가를 받지 않고 홍콩에 매각한 것은 강행법규 위반”이라며 “무궁화 3호를 매각 이전 상태로 되돌리라”고 KT샛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홍콩 ABS측이 이미 KT샛으로부터 구매해간 무궁화 위성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KT샛의 요구대로 다시 돌려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오히려 KT샛 측이 매각했던 금액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재구매해야할 판이다. 실제, 현재 KT샛은 ABS와 재매입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금액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BS측은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미국 뉴욕의 국제중재위원회에 관련 사안을 회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와 KT샛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2년 넘게 ABS가 해당 궤도에서 위성을 운용해고 있는 만큼 국제 중재 절차에 들어가면 우리쪽 입장이 불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ABS측은 “위성을 리스하는 방식으로 KT샛에 넘겨준 뒤 운영권한은 ABS가 갖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무궁화 위성을 쏘아올리며 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로부터 고유로 할당받은 우주 영토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1999년 무궁화 3호 위성을 쏘아올리며 우리나라는 적도 동경 116도의 우주 궤도 영토를 할당받았는데 현재 해당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은 홍콩이 사실상 소유·운영하고 있는 형국이라 국제적 분쟁이 될 소지가 남아 있다.

무궁화 2호의 경우에는 ABS측이 운영 궤도를 옮긴 상황이라 이번 정부의 매각취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KT샛은 “정부의 계약 무효결정이 난 만큼 위약금을 물든 재매수를 하든 무궁화 3호를 되찾아 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궁화 3호 위성을 다시 사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by 100명 2014. 1. 6.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