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최종 면접에서 밝힌 자신의 최대 강점은 반도체가 아닌 '글로벌 전략'이었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은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의 주인공이 삼성전자에서 이뤄낸 최대 성과로 해외 시장 개척을 꼽은 것이다. KT CEO 추천위원회는 황 내정자의 글로벌 진출 역량에 주목했다.

수년 간 KT의 변하지 않는 화두는 해외 시장이다. KT뿐 아니라 국내 통신 3사 모두 제로섬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의 해외 시장 진출은 녹록치 않다. 각 국의 기간 산업으로 보호받는 통신 산업에 진입하려면 기술력은 물론 사회·정치적 이슈까지 아우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 대한 KT의 의지는 각별하다. 오는 2015년을 글로벌 사업의 '대도약' 원년으로 정하고 해외 매출 4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올 들어 가시적인 결과물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황창규호(號)로 탈바꿈한 KT가2014년 글로벌 ICT 리더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KT 올해 성적표, 유선·무선 동반 부진

"경쟁사보다 6개월의 늦은 LTE 서비스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KT의 실적을 한 마디로 드러낸 평가다. 지난 3분기 KT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7.3% 하락한 5조 7346억 원에 그쳤다. 통신 3사 중에서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3078억 원)은 22.7% 증가했으나 계열사들의 호실적이 반영된 결과다. 별도기준 영업이익(1470억 원)은 오히려 하락했다.

본업인 통신 사업의 경쟁력 약화는 LTE에서 비롯됐다. LTE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앞서가면서 무선전화 가입자는 매분기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1632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고점이었던 지난 2012년 1분기와 비교하면 27만 명 가량이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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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무선전화 가입자 감소 행진은 현재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주파수 경매에서 1.8기가헤르츠(㎓)인접대역 주파수를 낙찰 받으면서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9월 말 서울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10월 가입자는 3만 6000명이 늘어났다. 가입자 증가폭이 크지는 않지만 순유입으로 추세가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선 사업이 받고 있는 타격은 아직 여전하다. 유선전화 가입자는 지난 3분기까지 10분기 연속으로 이탈했다. 지난 2011년 1분기 말 기준 1939만 명에 달했던 가입자가 3분기 말 1817만 명으로 줄었다. 휴대폰만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2015년 '글로벌 ICT 리더' 출사표…성과는?

KT는 2012년 7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컨버전스 리더'로 도약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오는 2015년까지 글로벌 매출액 3조 9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한 포부였다.

이를 위해 △‘지분투자와 코퍼레이트(Co)-매니지먼트' 사업 모델 확대 △글로벌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한 해외 시장 공동 진출 △글로벌 ICT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역량 확보 △그룹사 및 중소기업 역량·노하우 상품화로 글로벌 동반진출 등 4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 같은 청사진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2000년 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거둬들였던 성과를 바탕으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글로벌 사업의 매출 규모를 연평균 9%씩 늘려왔다.

하지만 매출액 3조 9000억 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글로벌 비전 발표 당시에는 해외 매출액(2011년 7000억 원)을 2015년까지 6배 가량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해 KT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2011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KT 관계자는 "G&E(Global&Enterprise)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2000억 원 가량 줄었다"며 "해외 매출 규모도 전년 700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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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르완다 합작법인 현지 직원들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망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T>

KT의 고군분투는 올 들어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등 제 3세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ICT 기업의 입지를 조금씩 다져나가고 있다.

해외 사업 중 가장 큰 성과는 르완다와 체결한 LTE 네트워크 구축 계약이다. KT는 지난 6월 르완다 정부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3년 내 LTE 전국망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25년간 4세대 통신인 LTE 데이터 도매업에 대한 독점 사업권과 175㎒에 달하는 광대역 주파수를 한 번에 확보한 성과였다.

르완다는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KT는 르완다 인근 케냐에서도 ICT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케냐에 4G LTE 기반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케냐 정부와 합의했고 관련 서비스도 병행해서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해외 수주 소식은 폴란드에서도 들렸다. 지난 3월 대우인터내셔널·코트라와 협력해 230억 원 규모의 폴란드 포들라에스키 주정부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따냈다. 이어 10월에는 폴란드 마조비에스키에 주정부의 1282억 원 규모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KT는 아프리카 르완다에 이어 폴란드가 유럽 지역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통신 기반의 컨버전스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도 해외에 수주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해외 각국의 ICT 방침에 따라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4. 1. 6.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