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투데이 최희정 기자] 지난달 16일 KT CEO후보 최종면접일. 면접이 진행되기전 사실상 차기 CEO로는 임주환 前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등이 유력했다. 황창규씨도 유력후보중 한명이었지만 반대파가 3-4명이나 있었다. 거의 과반수에 달하는 위원들이 “반도체와 통신은 다르다”, “삼성출신이 KT CEO로 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등 의구심이 있었다. 경쟁자들 3명도 만만치 않았다. 이같은 우려는 황창규 삼성전자 전 사장의 면접이 시작되자 씻은듯이 사라졌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상임위원은 “KT CEO 최종후보로는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등이 유력했지만 황창규 내정자의 면접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180도로 달라졌다. 황창규가 말을 워낙 잘하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 실제 면접에서 황 후보를 반대하는 CEO추천위원들의 마음을 돌려놨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가운데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KT는 없었다. 수장의 교체로 신년 사업 계획에 대해 가장 호기심이 증폭됐던 KT만 유일하게 신년 구상이 없었던 셈이다. 신년사는 없었지만 황 KT내정자에 대한 기대와 과제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인 ‘황의 법칙’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황 내정자는 비단 반도체 등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균관대 석좌교수 및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 단장을 역임했다.

IT하드웨어 및 통신업계에서는 항상 상식을 파괴해온 황 내정자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크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키아도 회사가 어려우니깐 결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마이크로소프트)출신을 CEO로 영입했다”며 “삼성전자와 관련 없이 어느 분야에 있었건 경영 분야에 역량이 있는 사람이 오면 회사를 좋은 모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퇴사한지도 오래 됐다”며 “삼성출신이라고 해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경쟁사들도 황창규 후보가 가진 개인으로서의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황창규 내정자가 삼성의 힘을 얻어서 CEO후보가 된 것이 아니다. 삼성을 떠난지도 꽤 됐다”며 “게다가 국가CTO(최고기술책임자)도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황 후보는) 통신판을 크게 보는 분”이라며 “제조사 경험까지 있어 앞으로 통신판이 활성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황 후보 개인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따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황창규 삼성전자 전 사장은 KT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나머지 후보들보단 더 능력이 있어 보이는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황 후보가 5년전 퇴임해서 삼성과 관계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삼성에선 일을 관둔 임원이라도 모두 케어(관리)하고 있는 걸로 안다. 삼성측에서 관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T 수장으로서 황 후보가 앞으로 삼성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설정해나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KT CEO 관련해서 삼성쪽에서 자기 사람(삼성)을 심으려는 소문이 돌면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력하다고 회자됐다. 황창규씨도 결국 삼성사람 아닌가”라면서 “삼성출신이라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은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4. 1. 6. 1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