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황창규 신임 KT 회장 내정자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창규 내정자는 발언에서 "(KT경영에 대해)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인내를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2013.12.18. kkssmm99@newsis.com 2013-12-18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는 이석채 전 회장이 심혈을 기울였던 아프리카 르완다 사업을 확대 계승할 것인가.

황 내정자는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해외 사업에 대해 어떻게 밑그림을 그릴지도 관심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해부터 3년 이내 르완다 현지에 LTE(롱텀에볼루션) 전국망을 구축하고 25년간 LTE망과 175㎒의 주파수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 확보했다.

르완다 사업은 현지 LTE망을 구축하고 현지 통신사업자에게 도매로 LTE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2일 조인트벤처(JV) 형태의 올레 르완다 네트웍스(ORN)를 설립해 KT가 ORN 대주주로 1500억원을, 르완다 정부가 1200억원을 각기 투자했다.

사업구조는 ORN을 통해 올해부터 3년간 르완다에 LTE 전국망을 구축하고, 25년에 걸쳐 현지 통신사에게 망 도매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르완다는 2007년께부터 KT가 진출해 백본망(Backbone Network), 초고속망, 와이브로망 등 총 2000억원의 통신망 구축공사를 수행해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된 나라다.

이를 배경으로 2012년 말 LTE망 구축을 제안해 르완다에서 LTE망 도매사업을 통한 수익창출 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LTE망을 기반으로 르완다 정부와 공공기관과 협력해 교통, 보안, 행정 등 ICT사업수주를 통한 추가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KT는 르완다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EAC경제권역(East Africa Community)인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브룬디를 대상으로 르완다 제공 모델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는 동아시아 경제권 5개국의 유로존과 같은 통합 대비 LTE망을 기반으로 5개국 통합 통신 서비스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LTE 수요 불확실, 투자 대비 효율은 '글쎄'

하지만 이러한 KT의 목적과는 달리 르완다 사업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500억원을 투자함에 따라 매년 이익 수준이 최소 100억원 이상을 확보해야하나 사업 초기부터 LTE망 판매를 통해 100억원 이상 벌어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르완다에서는 LTE 수요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국내와 같이 게임이나 영화, SNS 등 동영상 컨텐츠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LTE 수요가 폭발적이나 르완다는 LTE를 사용할 저변 인프라가 갖추어 지지 않았고 향후에도 경제가 발전한다는 보장이 힘들다는 점이 단점이다.

또 기존 2G(세대) 가입자가 LTE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LTE 단말로 교체해야 하나 LTE단말이 워낙 고가라 이를 구입할 수요 자체가 미미하다.

【키갈리(르완다)=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KT 이석채 회장이 29일 오후(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 세레나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AS)에 참석한 후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같이 KT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채 회장 김일영 사장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김홍진 KT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부문장 사장. 2013.10.30. photo@newsis.com 2013-10-30


이 관계자는 "KT가 LTE망을 구축하더라도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하는 B2C 모델은 추진할 수가 없고 오직 통신사업자에게 망 도매사업만 할 권리만 가지고 있다"면서 "현지 사업자가 이미 전 국민 중 55%에게 2G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LTE로 전환을 유도해 KT에 망이용료를 부담하면서 사업을 추진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향후 5G 등이 언제 개발되고 상용화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4G를 독점적으로 25년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며 정권이 바뀌면 계약내용의 유효성도 바뀔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KT에서 대안으로 르완다 ICT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르완다가 작은 나라라 ICT수요가 적으며 KT가 독점적으로 사업을 수주해 이익을 낼지도 불투명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르완다 내 LTE서비스가 활성화돼도 현지 통신 사업자에게 망 제공을 통한 도매수익은 큰 폭의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현지 통신사업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망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며 KT의 이해관계와 상충돼 LTE 전환영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르완다 사업모델이 성공하더라도 르완다 사업모델을 이웃 4개국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AC가 유로같이 언제 단일 경제권역이 될지 알 수 없으며, 르완다 모델이 성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접국에 확산하기 위해 투자한다면 KT로서는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비판도 따른다.

◇ 황 회장, 이석채 그늘 벗어날까

르완다 사업의 추진 배경에는 이석채 전 회장의 그림자가 있다는 점도 황창규 내정자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현재 르완다 사업 등 해외 사업을 주도한 인물은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 김홍진 KT G&E부문장(사장), 박준식 글로벌사업본부장(상무)은 이른바 'BT(브리티시텔레콤) 출신' 이석채 사단의 핵심 3인방이다.

하지만 김일영 사장은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우간다로 출장을 가려다 검찰의 출국금지로 인해 출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바 있다.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뿐만 아니라 김일영 사장 역시 비리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은 김일영 사장의 지휘 아래 총책임자인 김홍진 사장과 박준식 상무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황 내정자가 이들과 함께 글로벌 사업을 이끌지, 아니면 새로운 조직과 인력을 구성할지도 향후 KT 해외 사업에 큰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글로벌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KT의 국내역량을 길러서 확실한 글로벌 경쟁우위 요소로 진출해야한다"면서 "단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투자 사업은 수익성이 불투명해 네트워크 기반 위에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길러서 진출해야한다"고 밝혔다.

by 100명 2014. 1. 10.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