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통위 솜방망이 제재가 도화선…LGU+, 제재 발표일 보조금 인상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작년 연말 달궈진 이동통신 경쟁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를,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을 과열주도 사업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경쟁의 도화선은 아이러니 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 3사 제재 발표가 됐다.

7일 통신 3사와 방통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보조금경쟁으로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다행이 조금 안정화 측면에 접어든 것 같아 지켜보고 있는데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번호이동은 통신사끼리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경쟁이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400만명을 넘었다. 가입자를 늘리려면 번호이동이 빠르다. 빼앗으려는 쪽이 돈을 쓰면 뺏기지 않으려는 쪽도 돈을 써야 한다. 번호이동 규모를 시장 과열 근거로 삼는 이유다. 과열 판단 기준은 번호이동 일평균 2만4000건 이상이다.

방통위는 작년 12월27일 통신 3사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이익 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통신 3사에 시정명령과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SK텔레콤 560억원 ▲KT 297억원 ▲LG유플러스 207억원이다. 시장과열주도사업자를 가려내기 위한 통신 3사 벌점은 ▲SK텔레콤 73점 ▲KT 72점 ▲LG유플러스 62점이다. SK텔레콤이 벌점 1등이지만 2등과 격차가 적어 시장과열주도사업자 처벌, 즉 영업정지는 없었다.

차가웠던 시장이 달궈진 것은 이날부터. 예상보다 낮은 제재 수위는 연말 연초 성수기를 날릴 뻔 했던 통신사 영업 전선의 고삐가 풀렸다. 한 쪽에서 보조금을 늘리니 다른 쪽도 따라왔다. 물고 물리는 접전이다. 먼저 치고 나간 쪽이 이번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를,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을 지목했다.

SK텔레콤과 KT가 채증한 자료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제재 내용이 파악되자 바로 보조금을 늘렸다. SK텔레콤과 KT도 대응에 나섰지만 타이밍 싸움에서 졌다. 통신 3사가 제공한 이 기간 번호이동 가입자 흐름을 살펴보면 SK텔레콤과 KT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

SK텔레콤은 작년 12월27일부터 30일까지 총 2만5036명이 이탈했다. KT는 27일에는 1566명이 나갔지만 30일(28일과 29일 영업분 반영)은 9264명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기간 총 9186명 늘었다. ▲LG유플러스 선공 ▲KT 반격 ▲SK텔레콤 패배다. 31일은 SK텔레콤이 보조금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31일은 SK텔레콤만 140명 늘었을 뿐 KT와 LG유플러스 각각 2436명과 1356명이 떠났다. 통신 3사간 나간 숫자와 들어온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이 있어서다. 1월 들어서는 LG유플러스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KT가 조금이나마 대응 수위를 올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과 KT 관계자는 “방통위 규제 내용이 나오기에 앞서 LG유플러스는 미리 대리점에 보조금 인상 계획을 시간에 맞춰 집행하라고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매번 이런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영업정지가 내려지지 않자 돈을 풀었다”라며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 가입자 대상으로 번호이동 특가정책도 실시했다”라고 반발했다.

한편 LG유플러스가 공격으로 나온 배경에 대해 경쟁사는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고 추정했다. LG유플러스는 이상철 대표가 지난 6일 방송통신신년인사회에서 “법을 지킨 사람이 손해 본 느낌”이라며 공세 전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결국 방통위가 이번 시장 과열을 조장하고 LG유플러스가 이를 이용한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도 “결과를 보면 결국 과열을 자제할 수 있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지 않았다”라며 “조사를 정례화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인정하고 국회 계류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보조금 규제법 또는 단말기 유통법)안의 조속한 처리만이 해결책임을 강조했다.

by 100명 2014. 1. 10. 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