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이익내던 KT, 천억대 적자 수렁에…
KT가 창사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해 비상이 걸린 가운데 13일 서울 KT 광화문 지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KT가 민영화한 이후, 통신부문에서 처음으로 영업적자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리더십 위기 속에 누적돼온 가입자 이탈로 인한 부실이다. 이에따라 인적쇄신과 조직개편 요구가 거세게 일 전망이다.

13일 통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4분기 통신부문 실적이 최초로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KT 유선부문의 영업실적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주력인 이동통신 가입자도 2년여동안 120만 이상이 빠져나간 상황이어서 영업적자가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분기별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KT가 통신부문에서 공식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0년까지만해도 매년 2조원대의 영업이익과 1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려왔던 점을 감안할 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은 경영실적 악화는 CEO 교체와 맞물려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내외 안팎에서는 이석채 전 회장과 측근 낙하산 인사들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재임 기간인 지난 2012년부터 2013까지, 100만명이 넘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KT를 빠져나가는 등 부실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통신사들은 4분기에는 인센티브 등 1회성 비용과 마케팅비용 등이 집중되기 때문에 가장 안 좋은 실적을 보여주기 마련"이라며 "최소 1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런 상태로 갈 경우 올해는 4500억 정도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KT의 한 임원은 "KT의 경쟁력 약화는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들의 책임이 가장 크며, 특히 외국기업 출신으로 한국 실정을 모른채 방만한 사업을 추진한 임원들의 책임은 더 크다"고 꼬집었다.

악화일로에 있는 KT의 경영실적은 대대적인 인적쇄신, 구조개편을 앞두고 있는 황창규 내정자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오는 27일에는 황 내정자의 정식 취임을 위한 주주총회가, 28일에는 실적발표, 이후 전격적인 임원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그러나 황 내정자에게 우선 부담스러운 부분은 인사다. 인사를 하려해도 핵심인사 거의 대부분이 `이석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그 밑에 있는 인사들 역시 이들 핵심인사가 평가한 인사고과를 바탕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이만저만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학연과 지연인사로 점철돼 많은 인사가 퇴직했거나 변방으로 쫓겨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진과 사장추천위원회 멤버 역시 여전히 버티고 있다. KT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측근들이 요직을 장악하고 있고, 기존 임원들은 변방으로 밀려나버린 상황에서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전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정성복 전 부회장만 사임했을 뿐 낙하산 임원들은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역시 이석채 전 회장 시절과 인원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KT는 황 내정자 정식 취임 이후 임원인사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KT 고위관계자는 "임원 축소 등이 예상되며 일부 임원들이 민감해 하는 분위기가 있겠지만, 아직 황 내정자가 특정임원들을 대상으로 나가라는 메시지 등을 밝힌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by 100명 2014. 1. 14.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