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방송 후 VOD서비스 시차, 2년새 12시간→6시간→2시간→5분→1분으로 단축
작년 IPTV 한 곳서만 VOD 9510만건 판매… 케이블·IPTV, 年4500억원 市場잡기 경쟁

회사원 조아영(29·서울 잠실동)씨는 최근 뒤늦게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빠졌다. 매주 금·토 저녁인 방송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그간 본방송을 보지 못했는데, 요즘은 퇴근 후 짬이 날 때마다 IPTV(인터넷TV)로 방송을 본다. 조씨는 "인기 드라마를 못 보면 친구들과 대화가 잘 안 통한다"면서 "이미 끝난 프로그램뿐 아니라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도 본방송이 끝난 지 5분 정도면 곧바로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1995년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별명은 '귀가시계'였다. 방송을 보려면 일찍 귀가하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응답하라 1994'는 시청 패턴이 전혀 다르다. 총 21회의 평균 시청률은 7.4%. 하지만 본방송이 끝난 뒤 서비스한 VOD는 지난달 KT(가입자 486만) 올레tv에서만 200만회 이상 재생되면서 가장 많이 팔린 콘텐츠로 기록됐다.


	늘고 있는 VOD 이용자수 추이 그래프

언제든 원하는 시점에 방송을 볼 수 있는 VOD(주문형 비디오)가 활성화되면서 시청자의 시청 행태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이다. VOD 시장 급성장에 이를 제공하는 IPTV와 케이블TV 업체들은 좀 더 빨리 재방송을 제공하기 위해 '1분 전쟁'을 벌이고 있다. TV 프로그램의 본방송이 끝난 직후 VOD를 1분이라도 더 빨리 내보내기 위한 스피드 경쟁이다. 현재 VOD를 시청할 수 있는 가입자는 약 1500만명, VOD 시장은 연간 4000억~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1분 전쟁' 돌입한 통신 회사들

유료 방송 가입자들은 201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방송 후 12시간이 지나야 VOD를 볼 수 있었다. 본방송에서 광고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원하지 않았고, 기술적으로도 VOD용 파일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 되는 사이 이 간격은 방송 종료 후 12시간→6시간→2시간→1시간→10분→5분으로 줄어들었다.

SK브로드밴드(Btv)는 작년 초 VOD 서비스 시간을 방송 종료 후 1시간으로 줄였고, 지난해 10월에는 KBS·SBS의 방송이 종료된 지 10분 만에 볼 수 있는 서비스(Just 10 minutes)를 내놨다. SK브로드밴드가 앞서 나가자 KT(올레tv)는 이달 들어 방송 종료 5분 만에 볼 수 있는 '성질 급한 올레TV'를 출시해 맞불을 놓았다. 케이블TV는 이를 다시 '1분'으로 줄였다. 한국케이블TV협회(KCTA)는 지난 8일 CJ헬로비전·티브로드·씨앤앰·현대HCN 등에서 지상파 본방송이 끝나고 1분 만에 다시 볼 수 있는 '지상파 1분 퀵 VOD'를 출시했다.

VOD 서비스 속도가 빨라지면서 VOD 이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최근 시청률 1위 예능 프로그램과 1위 드라마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본방송 종료 후 12시간 만에 VOD를 서비스할 때(2012년 이전)는 전체 IPTV 이용자의 1.36%만 방송 당일 유료 VOD를 시청했다. 올해 초 이를 1시간으로 단축했더니 당일 VOD 이용률이 3.0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분으로 더 단축된 이후로는 당일 VOD를 보는 비율이 8.34%로 급증했다.

새 수익원으로 떠오른 VOD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속도 경쟁에 몰입하는 것은 요금 이외 '부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과 결합한 상품 가입자인 유료 방송 이용자들은 건당 요금 700~1000원을 부담하거나 월 1만3000원의 정액제에 가입해 VOD를 이용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광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면서도, 플랫폼 업체(IPTV·케이블TV)들과 일정 비율로 나누는 VOD 매출이 점점 커지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8월부터 VOD 유료 판매 기간을 1주에서 3주로 늘렸다. 삼성증권은 최근 SBS콘텐츠허브가 케이블·IPTV에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은 VOD 유료 판매 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KT 올레tv 담당 고윤전 상무는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이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VOD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방송 콘텐츠가 갖는 '캐시카우(현금 창출 수단)'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케이블TV와 IPTV 사업자들이 개별 시청자가 원할 때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유·무선 인터넷으로 보내주는 '다시 보기' 서비스.

by 100명 2014. 1. 15.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