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 회장에 다음주 초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취임한다. 지난달 중순 회장에 내정된 그는 오는 27일 KT 주총에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검찰 수사로 중도 퇴진한 이석채 전 회장에 대한 ‘찍어내기’ 논란이 일고 있어 취임을 앞둔 황 신임 회장의 마음은 무거울 것이다. 이 전 회장의 퇴진 논란으로 흐트러진 KT를 서둘러 다잡아야 한다는 조바심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KT가 처한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KT는 경쟁사들에 고객을 계속 빼앗겨, 지난해 4분기(10~12월)엔 4년 만에 영업적자를 낼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이 ‘탈(脫)통신’을 내세워 20여개사를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53개까지 늘렸지만 새 수익원은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황 회장의 비상한 각오와 결단이 없다면 KT는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내부 직원부터 감싸안아야

그가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은 ‘통합의 리더십’이다. 공과를 떠나 이 전 회장 시절 등을 돌렸던 KT 직원들을 감싸안아야 한다. 이 전 회장이 KT와 KTF 통합, 통신부문 구조조정, 아이폰 도입 등 옳은 개혁을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던 건 직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KT의 한 임원은 “이 전 회장은 기존의 KT 직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칼자루를 쥐어 줬다. 그런 회장을 누가 따르겠나”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이 오불관언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었다.

직원을 끌어안으라고 해서 인력 구조조정 등을 하지 말란 얘긴 아니다. KT는 더 이상 구조조정을 미뤄선 안될 회사다. KT 직원은 현재 3만2000여명.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6000명 안팎이다. 똑같은 일을 KT는 경쟁사보다 5배 이상 많은 사람이 한다. 유선전화 인력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상무 이상 임원도 140여명으로 경쟁사(100명 안팎)에 비해 50% 가까이 많다. 이런 방만한 인력구조 때문에 KT는 경쟁사보다 인건비로만 매년 1조5000억원을 더 쓴다. 이러고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황 회장은 취임하자 마자 임원을 대폭 줄이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욕심 없어야 리더십 생겨

그런 구조조정을 성공시키려면 황 회장이 솔선수범하는 수밖에 없다. 회장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납득하고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황 회장이 ‘연봉 1원’을 선언하면 어떨까. “회사가 적자로 돌아섰으니, 회장은 연봉 1원만 받겠다. 경영의 대가는 성과를 낸 뒤 스톡옵션 등으로 받겠다.”

사실 연봉 포기로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회생시킨 최고경영자(CEO) 사례는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체임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별세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도 주택은행장 시절 ‘연봉 1원’을 받고 경영혁신을 성공시켰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재임시절 20억~30억원의 고액 연봉으로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황 회장의 연봉 포기는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최근 정진석 추기경이 언론 인터뷰에서 “욕심을 버려야 리더십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런 자기희생이 없다면 ‘공룡 KT’를 개혁하는 건 누구라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 시절 ‘황의 법칙’ 등 혁신과 글로벌 경영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 놓았던 그였기에 기대는 더욱 크다.

by 100명 2014. 1. 21. 0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