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에 화난 후진타오

기사입력 2008-06-03 03:11 |최종수정2008-06-03 03:13
지진현장 방문때 맨땅에 내려…

"구호 급한데…" 관리들 질책


중국 쓰촨(四川)성의 대지진 발생 6일째인 지난 5월 17일. 지진 피해지역 관리들의 구조작업을 지휘하기 위해, 후 주석을 태운 특별열차가 피해지역 한 도시의 열차 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리던 후 주석은 발 밑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다시 열차를 운행하라고 지시했다. 열차는 10여m를 더 갔고, 그제야 후 주석은 열차에서 내렸다.

그가 본 것은 '레드 카펫(red carpet)'이었다. 중국을 방문한 국가 정상들이 비행기나 차량, 열차에서 내릴 때 레드 카펫을 밟는 것은 중국의 의전(儀典)상 관례. 그러나 반(半)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최근 "관리들은 외국 '국가원수'에 대한 의전 관례를 따랐겠지만, 후 주석은 평소 좋은 일로 지방을 순시할 때도 레드 카펫을 밟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도 2일 "사상 유례없는 재난을 당했어도 관리들은 아부근성을 잃지 않고 추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열차에서 내린 후 주석은 "지금은 구조 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우회적으로 자신의 발 밑에 레드 카펫을 깔려 했던 관리들을 질책했다.

대지진 발생 이후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2~3차례 피해지역을 방문하며 '민심 수습'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구호 물자가 빼돌려지고 있다"며 지역 관리들을 불신하는 민원이 빗발친다.
by 100명 2008. 6. 3.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