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화제작도 오픈 소스와 온디맨드로 가능?

기사입력 2008-06-02 19:36

최근 출시되고 있는 영화에서 디지털 작업이 안들어가는 작품들은 거의 없습니다. 배우에게 출연료를 지불해야 하듯이 3D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퓨팅 예산이 필요합니다.

서버와 스토리지, 3D 소프트웨어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력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투자해야 될 분야가 많고 그 액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누가 이런 IT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직접 도입할 예산이 없다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겠죠. 또 기존에 계속 관련 시스템을 직접 도입한 제작사들도 저렴하게 빌려주는 곳이 있다면 한번 접촉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겁니다.

이런 시장을 겨냥해 IT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썬이 재미난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슈렉이라는 작품이 선보일 때 HP가 그 작품 창작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고 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정작 제공한 형태는 좀 다릅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www.sun.com)는 자사 네트워크닷컴(www.Network.com)의 썬 그리드 컴퓨터 유틸리티 서비스를 이용해 작업된 3D애니메이션 영화 '빅 벅 버니(Big Buck Bunny)'가 온라인으로 출시된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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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벅 버니는 숲 속의 악당인 3총사에게 당하기만 하는 마음씨 좋은 “빅 벅” 토끼의 이야기를 다룬 코미디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1950년대 만화의 전통에 따라 빅 벅이 악당에 대한 유쾌한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영화 제작팀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블렌더 협회를 통해 구성됐습니다. 빅 벅 버니는 온라인 출시와 함께 35mm 영화 포맷의 DVD와 블루레이 (Blu-ray)로 출시됐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블렌더(www.blender.org)에서 제공하고 있는 오픈 소스 3D 소프트웨어 블렌더(Blender)와 네트워크닷컴 애플리케이션 카달로그를 이용해 제작됐습니다.

상용 3D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이제 영화 제작을 위해서 오픈 소스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썬이 구축한 네트워크닷컴의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고 소프트웨어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인 블렌더를 이용하는 것이죠.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았고, 컴퓨터를 사지도 않았습니다. '쓴 만큼 지불'하고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것이죠.

이 영화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는 자산과 파일의 스튜디오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마음껏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라이선스 방식으로 배포되는 만큼, 오픈 콘텐츠 생산을 촉진시킨답니다.

톤 루즌달 (Ton Roosendaal) 블렌더 인스티튜트의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인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의도는 오픈 소스 3D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자극하는 것이지만, 빅 벅 버니의 예술성과 기술의 정교함은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수준을 유지합니다” 라며 "컴퓨터 사용 시간이 CPU사용시간 기준 5만 시간 이상이 필요했지만, 썬의 네트워크닷컴 그리드 서비스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컴퓨터 인프라 없이도 수백 개의 CPU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제공해줘 영화의 3D 연출 작업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네트워크닷컴(Network.com)은 썬 그리드 컴퓨터 유틸리티를 통해 중앙처리장치(CPU) 시간당 1달러의 사용료를 지불해 컴퓨터 인프라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썬의 x64하드웨어에서 운영되는 솔라리스 10 운영체제와 썬 그리드 엔진으로 가동하게 됩니다. CPU시간은 전체 CPU에 사용된 총 누적 시간을 말하며, 분은 시간으로 올려서 산정하게 됩니다.

이 애플리케이션 카달로그는 온라인 그리드 애플리케이션 컬렉션으로서 사용한 만큼 지불하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클릭하면 바로 시작되는(Click and Run)' 기능이 제공된다는군요.

네트워크닷컴은 온라인 출시를 위한 웹 호스팅의 하나로 영화는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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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머독(Ian Murdock) 썬 개발자 커뮤니티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빅 벅 버니 (The Big Buck Bunny) 영화 프로젝트는 3D 애니메이션의 진입장벽을 온디맨드 컴퓨팅 플랫폼을 사용해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블렌더 팀은 대형 스튜디오의 지원을 받지는 않았으나, 커뮤니티의 지원과 오픈 소스 렌더링 소프트웨어, 온디맨드 컴퓨팅 플랫폼을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애플리케이션의 컬렉션이 증가하고 새로운 개발자 툴과 전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네트워크닷컴은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에 의해 활용되고 있으며 보다 많은 산업부문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산업에서 IT를 이용하는 일들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상용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나타나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제 영화 산업에도 접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서 전기나 물을 사용하듯이 컴퓨팅 파워와 그 위에 가동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IT 업체들의 혁신이 많은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 협력은 이런 변화의 아주 작은 시도들 중 하나로 보입니다.

by 100명 2008. 6. 2.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