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연타석 홈런'은 없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지난해 휴대용게임기 닌텐도DS로 단숨에 국내 콘솔게임업계를 평정한 닌텐도가 주력상품 '위(Wii)'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못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26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는 출시 한달여간 4만여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판매고는 2년여 동안 15만대 상당이 판매된 X박스360의 마이크로소프트와 1년여간 5만대 상당이 팔린 플레이스테이션3의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등 경쟁사에 비해서는 뛰어난 성적이지만 당초 기대치에는 못미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경쟁사 제품이 40만원에 가까운 가격에 골수 팬층을 겨냥한 것과 달리, 닌텐도 위는 가정용 기종으로서 일반 대중을 주요 타깃삼은 22만원 짜리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한 평가다.

여기에 지난해 닌텐도DS가 출시 1년만에 100만대가 팔리고 최근까지도 월 10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상대 평가'이기도 하다.

업계는 특히 위가 게임시장 최대 성수기인 5월 직전에 발매된 데다 올해 마케팅 예산으로만 320억원이 책정된 것을 고려할 때 최근의 판매 성적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이런 판매 부진은 콘솔과 동시 발매된 타이틀 수가 8종에 그치고 있는 등 콘텐츠가 부족한 데 주요하게 영향받은 것이라고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게임기 경쟁력의 핵심인 콘텐츠가 모자란 상황에서 선뜻 20만원이 넘는 돈을 낼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인 셈이다. 특히 닌텐도가 마니아가 아닌 일반 소비층을 상대로 주로 마케팅하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형 게임'이라는 독특한 조작법만 강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않다는 데 닌텐도의 고민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닌텐도가 불법복제 차단을 위해 한국 발매 제품에 별도의 지역코드를 부여해 해외에서 발매된 타이틀을 구동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수의 해외 타이틀도 닌텐도가 한글화 등 과정을 거쳐 정식으로 국내 발매하지않는 이상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까다로운 결제 시스템을 요구하는 등 유통망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점과 닌텐도 이전 모델과의 호환 불가 문제 역시 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닌텐도 성적에 견줘볼 때 최근 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 개발사와의 협력을 통해 타이틀 라인업을 보강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6. 2.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