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서버 "한숨만 나오네"

올 상반기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제자리를 맴돈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전체 판매 물량이 500여대 안팎에 그쳐 극히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1분기에는 그나마 대형 온라인 쇼핑몰 G사에서 한번에 700여대에 이르는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 전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이같은 대형 블레이드 도입 프로젝트가 없어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셈이다.

지난 10일 시장조사업체 한국IDC는 향후 5년간 블레이드 서버가 연 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추세라면 오는 2012년에는 연간 3만9천여대, 전체 서버 시장의 22%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이같은 전망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공급건 하나에 '일희일비'

시장조사 업체들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연간 4천여대 규모로 성장했다. 2005년까지 분기당 500여대, 연간 2천여대를 밑돌던 것이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블레이드 서버가 전체 x86 서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남짓. 시장의 1등과 2등도 대규모 공급 건을 누가 수주했느냐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뒤집히는 실정이다.

지난 1분기에는 한국IBM이 51%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이는 G사의 공급권을 거머 쥐었기 때문. 2분기 한국IBM의 사정은 또 다르다.

이에 블레이드 서버를 제조하는 한국HP와 한국IBM, 델코리아, 한국썬 등은 다양한 세미나와 이벤트 등을 통해 시장을 성장시키려고 했으나 결과는 제자리였던 셈이다.

한국HP 서버 총괄 김광선 상무는 "아직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입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며 "유통을 통해 일반 기업들도 대량 구입하기 시작해야 안정적인 성장세를 타는데, 그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가트너코리아 서버 조사 담당 김현승 연구원도 "그동안 블레이드 서버를 도입한 고객사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대부분으로, (도입하려면) 그만큼 기본 설비가 갖춰져야 한다는 제약 때문"이라며 "제도나 설비가 충분히 확산돼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썬의 KISTI 슈퍼컴 공급 물량에 관심

올 하반기부터는 공급이 본격화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 구축에 따라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 판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썬은 이미 올 2분기에도 블레이드 서버 300여대 가량을 슈퍼컴 구축을 위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컴 4호기는 프로세서 기준으로 총 8천여개 정도 공급이 이뤄지기 때문에 블레이드 서버로만 전부 구축된다면 최대 4천대 이상의 블레이드 서버가 공급되는 셈이다.

대형 공급건 하나에 의지하는 경향은 여전하나, 적어도 블레이드 시장 자체는 슈퍼컴 공급 일정에 따라 성장세는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썬 관계자는 "한국썬은 이미 KISTI 공급을 기반으로 'HPC센터'를 설립, 국내 고성능 컴퓨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별동부대를 갖춰놨다"며 "KISTI 공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썬의 블레이드 서버 영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블레이드 서버로 국내 최대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만큼 일반 기업들의 블레이드 서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호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y 100명 2008. 7. 23. 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