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1주년 특별기획②]강우석 감독 "최악 상황, 정답은 '좋은 영화' 뿐"
▲ 강우석 감독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영화산업은 일반적인 산업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산업이 어려울수록 위축되지 말고 영화로 극복해야죠.”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화산업의 불황에 대해 강우석 감독이 제시한 해결책은 간단했다. 그럴수록 관객을 이기는, 관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투캅스’ 시리즈와 ‘공공의 적’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를 감독, 제작하고 ‘실미도’로 한국에 1000만 관객시대를 연 명감독이자 투자자다. 영화산업 호황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2006년에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수백억원의 돈이 모였을 정도로 강우석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강우석 감독이 진단하는 한국영화의 현재 상황은 ‘최악’이다. 충무로에서는 ‘강우석도 투자금을 못구할 정도면 누가 구하겠나’라는 한탄도 나오고 있다.

강우석 감독은 이런 상황을 호황기에 거둔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성의 의미가 담겨있는 분석이기도 하다.
▲ 강우석 감독

“나도 그렇게 투자를 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6개월만 더 검토하고 다져갔다면 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겠죠. 관객들을 만만하게 보고 칭찬 많이 해줄 때 (영화를) 막 만들어 댔으니…. 영화로 돈을 벌어야 다음 영화를 찍는다는 걸 알면서도 뭐 때문에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어요.”

많은 한국영화가 한꺼번에 제작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는 게 강우석 감독의 설명이다. 강우석 감독은 “관객들이 ‘여름에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한다’며 봄부터 기다리게 하는 기대심리도 높여야 했어요. 주말에 3~4개의 한국영화가 한꺼번에 개봉을 했으니 한국영화의 희소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린 셈이죠. 뷔페식당도 몇 번 가면 질리잖아요”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06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스크린쿼터제를 기존 146일에서 절반인 73일로 축소한 것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국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극장에서도 한국영화 상영을 축소,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우석 감독은 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시장이 어렵다는 올해 흥행에 성공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추격자’를 예로 들었다.
▲ 강우석 감독

“블록버스터급 대작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처럼 의미가 있거나 ‘추격자’처럼 잘 만들면, 정말 괜찮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잖아요. 더구나 SK, KT 등 대기업들이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진출한 만큼 투자가 될 돈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성과를 내야죠.”

이를 위해 강우석 감독도 ‘공공의 적’ 시리즈인 ‘강철중:공공의 적 1-1’의 6월19일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를 할리우드 대작 ‘인디아나 존스 4’와 ‘핸콕’ 사이에 끼워 넣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강우석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영화는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다. ‘놈놈놈’은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인 만큼 흥행에 성공해야 이후 영화계에 투자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 ‘놈놈놈’이 흥행에 실패하면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강우석 감독은 또 실력 있는 후배 감독들을 독려하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영화계는 감독의 인재풀은 충분한데 너무 열심히 안찍는 것 같아요. 능력을 인정받는 감독들은 1년6개월에 영화 1편씩은 내놔야 해요. 여기에 신인 감독들이 능력을 발휘한 영화를 내놓으면 분명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분명 한국영화에도 약이 될 수 있을 거예요.”
by 100명 2008. 5. 30.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