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1주년 특별기획③]김주성 CJ엔터 대표 "2010년이면 다시 살아날 것"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국내 최대의 영화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부터는 직접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를 매기면 항상 수위권에 오르는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를 만나 국내 영화 시장 불황 타개 해법과 전망을 물었다.

김주성 대표는 영화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에 대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조폭 영화가 성공하면 계속 비슷한 영화만 만들어지고 달라지는 관객의 요구에 맞추지 못했다”며 “‘쉬리’ 이후 한국영화도 볼만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그 프리미엄에 새로운 시도가 없이 매너리즘에 빠졌었지만 이제 관객들은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를 동등하게 비교한다. 관객의 냉정한 판단이 침체에 빠진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2006년은 마구잡이로 영화를 만들어내다 곪았던 부분이 터져버린 해이고 2007~2008년은 ‘뜨거운 맛’을 보게 됐다. 대책과 해법에 대한 영화인들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김주성 대표는 “논의된 대책들이 실행이 되면 1~2년쯤 후 결실을 맺고 2010년 정도에는 영화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밀물처럼 들어왔던 투자가 상황이 악화되자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도 국내 영화시장을 뒤흔든 원인이 됐다. 김주성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지난해 한국영화 수익률이 -43%였다. 투자라는 것 자체가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커야만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을 높이면 자연스레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판단을 정확히 하고 제작, 투자한다면 만들어지는 영화 편수는 줄겠지만 수익률은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CJ엔터테인먼트 김주성 대표

한편 김주성 대표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장물아비’에 비유하며 “그간 불법 다운로드에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강력하게 대처할 것 같다”며 “영화계에서도 8개 사이트를 고소하고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협의회’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는 대안으로 할리우드 6개 영화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인터넷 사이트 무비링크와 같은 합법적인 다운로드 사이트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논의 중이며 올해 하반기 내로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음원 사이트의 경우 무료에서 유료회원으로 돌리면 전환율이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한 대대적 캠페인도 필요하겠지만 불법적으로 영화를 보던 이용 패턴을 차차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열악한 국내 상황 때문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늘어났다. "영화 산업이 한국 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순제작비만 약 170억원이 들어가 7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류, 한국의 콘텐츠를 이용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놈놈놈'은 리스크는 많았지만 이미 11개국에 수출되는 등 해외 시장도 봐야한다. 이런 것들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미 많은 한국영화들이 해외에 수출되고 있고 만들 때부터 해외 시장을 고려하고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 합작 영화도 아직 쉽지는 않지만 더 많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이어 “제2의 한국영화 중흥을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을 꿈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전만큼 위험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그에 맞는 중흥책을 마련해준다면 아시아 시장이 더 가까워지고 한국이 아시아에서 제일 알아주는 영화산업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by 100명 2008. 5. 30.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