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자본, 뮤지컬 무대로 밀려온다

기사입력 2008-05-30 15:56
[한겨레] 대형 연예기획사들 제작 선언 잇따라

강인·희철·빅뱅…아이돌스타 ‘도전장’

음반시장 추락·뮤지컬 성장세 따른듯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잇따라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28일 계열사인 에스엠아트컴퍼니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뮤지컬 사업 도전을 선언했다. 첫 작품으로 선보일 브로드웨이 뮤지컬 <재너두>에는 에스엠 소속 그룹인 ‘슈퍼주니어’의 일원인 강인과 희철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재너두>는 1980년 올리비아 뉴튼존과 진 켈리가 나온 뮤지컬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8일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표인봉 에스엠아트컴퍼니 공동대표는 “에스엠은 90년대 초부터 대학로에 라이브극장, 에스엠틴틴홀, 갈갈이홀 등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뮤지컬 사업 진출을 위한 하드웨어를 준비해 왔다”며 “극장 운영, 공연 제작 및 기획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고의 공연기획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빅뱅, 세븐, 거미 등이 소속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해 온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뮤지컬 시장에 진출한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보유한 콘텐츠와 소속 가수 및 배우들에 설앤컴퍼니의 뮤지컬 제작 능력을 더해, 단순히 배우들이 기존의 작품에 출연하는 차원을 넘어 각자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장르의 공연을 기획,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수 비가 소속되어 있는 제이튠엔터테인먼트도 지난 14일 가수 김창완이 곡을 쓴 뮤지컬 <반 고흐와 해바라기 소년>에 공동 제작 및 투자사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연예 기획사들이 잇따라 뮤지컬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뭘까. 스타 가수들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사업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음악 공연산업의 58%를 차지하는 뮤지컬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점쳐지고 있어 대형 기획사들이 도전할만한 새로운 콘텐츠 분야로 일찍부터 손꼽혀왔다. 티켓 판매대행업체인 티켓링크와 인터파크가 공연 티켓을 판매한 뮤지컬의 수만 해도 2003년 459건에서 2006년에는 789건으로 껑충 뛰었다.([표 참조])

뮤지컬은 또 가수가 엔터테이너로 실력을 쌓기 좋은 장르라는 잇점도 있다. 여기에 가수들의 오랜 진출 분야였던 영화가 주춤하는 것도 뮤지컬 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자 층을 두텁게 거느리게 된 대형 연예기획사들로선 뮤지컬이 소속 연예인 활용을 높이고 음원 등 콘텐츠 제작에 유리하므로 가장 우선할만한 신사업으로 점찍고 있다. 이수만 에스엠그룹 대표는 “이제는 콘텐츠 유통이 아니라 제작 시대”라며, 소속 가수와 연기자를 기반으로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에스엠은 에스엠이 저작권을 확보한 음악만으로 만드는 <에스엠파티>(가제) 같은 공연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뮤지컬계는 환영 반 우려 반이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주·조연급 뮤지컬 배우가 부족한 현실에서 인력과 자본, 관객들까지 데려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인건비 상승, 공연제작비 상승 등으로 공연계의 기존 질서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헌 쇼틱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단발적으로 10대들을 유입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뮤지컬 관객층을 성장시키려면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관건”이라며 “스타 배우가 아닌, 스타 연출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8. 5. 30.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