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뒷산 약수터, 건강 챙기다 탈 날라

기사입력 2008-05-30 10:57

못믿을 뒷산 약수터, 건강 챙기다 탈 날라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도심생활에서 그나마 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근처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산을 하고, '덤'으로 약수를 받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집 앞 약수터의 물이나 힘든 등산길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샘물이 오히려 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대장균을 비롯해 일반세균, 질산성질소, 분뇨 등이 포함돼 있고 냄새나고 이물질이 끼는 등 수질기준이 초과된 약수터가 있어 당국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 약수터 관리 어떻게 되고 있길래?

환경부가 올해 1·4분기에 조사한 약수터, 샘물 등 먹는물공동시설 1550개소에 대한 수질검사결과, 이중 10.0%(155개소)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고 29일 밝혔다.

연도별로 같은기간을 비교해보면 2005년 6.5%, 2006년 9.5%, 2007년 13.5%로 초과율이 매년 증가하다 올해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현재 각 약수터는 지자체에서 자체 관리하고 있지만 자연에서 흐르는 약수터나 샘물인 만큼 물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환경부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검사가 들어갈 때 부적합으로 판명됐을 경우 안내 게시판을 붙이는 정도다.

양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현재 양천구에는 12개의 약수터가 있는데 2개는 부적합 판정을 받아 폐쇄된 상태다"며 "약수의 특성상 약품을 섞어서 물관리를 할 수 없는 만큼 자연그대로 놔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의들은 약수터 주변환경의 오염원 방지나 산책로 동물의 출입통제에 대한 관리가 전혀 없어 애완동물이나 야생동물의 분변, 등산객으로 인한 오염 문제 등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약수터나 샘물의 수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대다수의 산책로나 청계천만을 보더라도 분뇨로 인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애완견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이 직접 섭취하는 약수나 샘물이 있는 곳의 주변 관리는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세균과 관련해서 자외선차단시설을 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추세로 예전보다 먹는 물과 관련해서 개선책이 마련되곤 있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많은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이런 근본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에 수질기준을 초과해 재검사를 받은 후 합격판정을 받아 다시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 시설에서 수질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 약수물 한번 잘못 먹다 '병원신세'

사람몸속에 있는 대장균이나 세균같은 미생물이 인분을 통해 토양에 고립돼 있다가 비가오면 지하수로 흘러 들어간다. 다시 그 물을 먹고 사람 몸속에 여러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들이 들어와 대장균, 이질균, 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물속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면 이는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이 들어있다는 증거인 셈.

충북대학교 생명과학부 미생물학과 이성근 교수는 "사람이나 동물의 분변이 장으로 들어가서 장염에 걸려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는 분변을 사람이 먹으면 큰일 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전한다.

이런 오염된 물은 특히 어린이나 노인,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더욱 취약하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설사 몇 번으로 끝날 수 있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은 세균성장염으로 설사를 심하게 하게 되면 장점막이 떨어져 나가고 이로인해 장점막이 얇아져서 세균이 장을 뚫고 들어가는 패혈증까지 생길 우려가 있다.

이에 중앙대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어린이나 면역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약수물이건 생수건 끓여 먹는게 좋다"고 권한다.

그리고 신생아를 둔 어머니의 경우는 각별히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많은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약수터에서 발견되는 유해영향물질 중 하나인 질산성질소는 신생아의 몸에 들어오면 헤모글로빈에 영향을 미쳐 세정맥 또는 모세혈관의 확장으로 피부에 정맥혈이 양적으로 증가하거나 또는 산소포화도가 감소돼 청색증에 대한 위험이 있다.

청색증이란 화학물질에 의해서 질식효과가 나 몸이 퍼렇게 질린 상태로 갓 태어난 아이는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에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다.

이 외에 수은이나 카드뮴같은 중금속은 신장손상과 일반칼슘이 빠져나가 골다공증을 가져다 준다.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음용수란 먹고난 후 질병이 나면 안되는 것이 원칙이다"며 "질병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는 세균이 하나도 없어야 음용수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겨울철보다 여름철이 세균번식이 심하므로 각 지자체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의들은 주장한다.
by 100명 2008. 5. 30.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