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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인터넷서 생방송까지 [중앙일보]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 … 해설도 곁들여
“전경들이 시민들을 포위했습니다. 아, 진압이 들어오면 ‘빼도 박도’ 못할 상황입니다.”
28일 0시 BJ(Broadcasting Jockey·진행자)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인터넷 화면엔 같은 시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경찰과 시위대 100여 명이 대치하는 모습이 비쳤다. 시위대의 구호, 경찰의 경고 방송이 섞여 들렸다.
시위대를 ‘밀착 취재’하던 네티즌이 캠코더로 촬영, 무선 인터넷으로 전송한 동영상이다. 여기에 BJ는 주관적 해설을 덧붙여 인터넷에 방영했다.
연행된 시위대가 경찰 버스에 타는 장면을 보며 BJ는 “불법 연행이다. (시청자) 1만 명이 지켜보는 걸 (당국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채팅 창엔 곧 시청자들의 비난 글이 빗발쳤다. 촛불집회 지지자의 입장에서 일방적 주장을 담아 방송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은 쉽게 공감한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촛불 집회 실시간 중계’가 인기를 끌고 있다. 28일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www.afreeca.com)’측은 “도로 점거 시위가 등장한 24일 이후 ‘생중계’를 내세운 개인 방송과 시청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25~27일 촛불 집회가 열린 뒤 가두 시위가 끝날 때까지 400~700개의 개인 방송이 방영됐다. 새벽까지 도로 점거와 강제 연행이 이어진 26일에는 하루 40만 명이 시청했다. 동시 접속자만 3만 명에 달했다. 방송은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준다. 현장에선 웹캠·캠코더·노트북·헤드셋을 갖춘 1~2명이 영상을 보낸다.
BJ는 현장 영상에 해설을 덧붙이기도 한다. 때론 지상파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의 중계를 함께 보여준다. 대개 시위대의 진행 방향이나 연행 상황이 자막으로 뜬다. 시청 이유는 다양하다. 25일 이후 매일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 연세대생 박모(25)씨는 “지난 주말엔 집회에 나갔지만 사정이 생겨 못 나갔다. 이렇게라도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집회·시위에 익숙하지 못한 10대에겐 호기심의 대상이다. 정모(15·중3)군은 “교과서나 말로만 들었던 가두 투쟁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신기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인터넷 시대의 새 시위 문화’라는 평가와 ‘불법 집회를 이벤트로 여긴다’는 비판이 맞선다. 김문조 고려대(사회학) 교수는 “가상 공간에서 가상 참여를 경험하는 새 시위 문화”라고 말했다.
반면 손영준 국민대(언론학) 교수는 “정보 제공·소통 차원에선 긍정적이나 과학적·합리적 진실엔 소홀하기 쉽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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