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형 질병, 한국은 10년 빨리 앓는다

기사입력 2008-05-29 03:14


대장암·유방암 등 40~50代 환자 급증

고기를 즐겨 먹는 서양인들에게 흔한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심근경색증, 당뇨병 등 이른바 5대 서구형 질병에 걸리는 우리나라 40~50대가 크게 늘고 있다.

서구에서는 이들 질병이 60~70대에 주로 발병하고 이 연령대 환자가 전체의 70~90%를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보다 10년 이상 빠른 40~50대에 발병하며 환자 비율도 60~70대와 맞먹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장암 환자 9만1720명 중 50대 이하는 3만4981명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대장암 환자 10명 중 4명이 50대 이하라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50대 이하 대장암 환자 비율은 약 24%(미국 국립암연구소·2005년)로 집계된다.

또 서구의 경우 통상 폐경이 지나면서 환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60대, 70대에 가서 정점을 이루는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는 40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유방암 환자 8만4610명 중 40대 이하 환자는 3만8925명으로, 46%를 차지했다. 이 중 40대는 2만9530명으로 최다 발생 연령층이다.

심근경색증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0대 이하 환자 수가 28만6086명으로 전체 환자의 42%를 차지했다. 당뇨병도 우리나라는 50대 환자 비율이 16.6%로, 60대와 70대(각각 15.4%, 14.2%)보다 높게 나왔다(국민건강영양조사·2005년).

허갑범(許甲範) 전 대한성인병협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채식 위주 식사를 했던 사람들인데 최근 20~30년간 갑자기 고기 섭취량이 크게 늘어 서구형 질병에 대거 걸리고 있다"며 "특히 어렸을 때부터 육식을 많이 하고 영양 과잉 상태가 된 젊은 사람들이 이런 질병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5. 29. 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