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직격탄, 완성차 4사 SUV ‘하필 이런 때에’

기사입력 2008-05-28 11:41


최근 경유값 상승으로 SUV(지프형차) 인기가 ‘뚝’ 떨어진 가운데 국내 완성차 4개사가 각각의 이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28일 기아차,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에 따르면 전략적 출시 모델의 매출이 예상만큼 오르지 않고 있는데다 신차 출시 전 SUV인기가 떨어지면서 신차효과가 사라지지 않을까 고민에 빠졌다. 특히 5월들어 1800원대(서울지역 기준)의 경유값 고공행진이 지속돼, 다음달 2일 나올 판매 하락폭이 얼마나 될 지 신경이 곤두서 있다.

기아차는 ‘모바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 1월 출시한 모하비는 월 1500대, 연간 1만8000대가 판매목표. 하지만 4월까지 누적판매가 4523대로 목표치의 3분의 2의 수준에 그쳤다. 물론 기아차의 다른 SUV인 스포티지나, 현대차의 싼타페 등 현대ㆍ기아차 전체의 SUV실적도 좋지 않다. 하지만 모하비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기아차가 영입한 세계적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공이 합쳐진 기아차의 야심작이다. 모하비의 성공여부가 정 사장의 경영능력 평가의 잣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아차로선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2월 출시한 SUV ‘QM5’의 신차인기가 시들까 걱정이다. QM5는 르노의 세계 첫 SUV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다만 르노삼성은 QM5가 르노의 ‘콜레오스’(KOLEOS) 브랜드로 수출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기대를 거는 편이다. QM5는 4월까지 7988대를 수출해 내수 실적 7643대를 넘어섰다.

김현호 QM5 브랜드 메니저는 “경유가 상승과 위축된 경기심리로 SUV 차량이 내수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QM5는 3월부터 본격적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판매증진을 위한 대책마련을 고심 중에 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신차효과 실종에 대한 우려가 크다. GM대우는 7월에 프리미엄 콤팩트 SUV인 ‘윈스톰 맥스’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자칫 경유값 상승 쓰나미에 휩쓸려 반짝판매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수출 비중이 80~90%인 점을 감안해 내수보다는 수출쪽에 더 기대를 거는 편이다.

쌍용자동차는 가슴이 더욱 타 들어간다. 쌍용차 ‘체어맨 W’의 신차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렉스턴과 액티언 등 SUV쪽만 받쳐준다면 쌍끌이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연초만해도 지난해 116억원에 이어 올해도 이익 달성을 기대했지만 SUV 실적저조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쌍용차의 지난 4월 렉스턴과 뉴카이런의 판매실적은 각각 264대와 452대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63.8%, 57.8%가 감소했다.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다른 회사처럼 중형 세단도 없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4월 기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생산하는 SUV 판매 실적은 모두 1만4258대로 전년동기 대비 18.2% 감소했다. 이때문에 각 완성차업체들은 할인판매를 단행하거나 신차출시를 앞당기는 등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by 100명 2008. 5. 28. 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