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 늘린 ‘문화’의 힘 [중앙일보]

석강 신세계백화점 대표의 새 마케팅 먹혔다
“문화홀 고객 객단가 14배 높아 … 병원처럼 회진 서비스도”

올 2월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수첩을 들고 매장을 도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 새로 도입한 ‘신세계 회진 시스템’에 따라 매장을 순회하는 직원이다. 점장과 매장 관리 직원들은 매일 오전과 오후 네 차례 매장을 순회한다. 고객의 불편사항과 근무자의 애로사항, 상품 동향을 파악해 즉각 조치하기 위해서다. 석강(59·사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병원에서 의료진이 매일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하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놀랄 만한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9.7% 늘었다. 지난해 2, 3월 문을 연 본점 명품관과 죽전점을 제외해도 10.5% 성장했다. 10.5%는 경쟁사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백화점 업계 신장률을 크게 웃도는 성과다.

“고객 수를 늘리는 마케팅이 아닌, 고객당 객단가를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편 결과다. 차별화된 상품과 문화 마케팅, 고품질 서비스가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독특한 상품을 발굴해 모아놓은 편집매장을 40개 운영하고 있다. 경쟁 회사보다 두세 배 많다. 본점 문화홀(350석)에선 대중가요·클래식·뮤지컬 대형 공연을 수시로 열어 고급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차별화 서비스가 매출로 직결되나.

“그렇다. 문화홀을 이용하는 고객의 객단가가 일반 고객에 비해 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1분기에 일반 고객의 객단가가 58만원이었는데, 문화홀 이용 고객은 무려 820만원이었다. 명품관인 본점 본관의 객단가인 200만원보다도 4배 높다.”

-어떤 게 좋은 서비스인가.

“고객이 다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비로소 성공한 서비스라고 평가한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 이익은 진정한 이익이라고 할 수 없다. 서비스는 일관되고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회사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총무·경리 등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는 지원 부서장도 서비스 항목을 인사고과에 10~30% 반영한다.”

-경쟁 상대는.

“고객 욕망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게 참 어렵다. 우리를 힘들게 하면서도 독려하는 힘이 고객이다.”

-백화점 산업의 전망은.

“백화점은 쇼핑뿐 아니라 먹고 즐기는 생활문화 공간이다. 사람을 만나고, 식사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의 아날로그적 욕망과 감성을 채워주는 곳이다. 세상이 디지털화할수록 찾는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본다.”
by 100명 2008. 5. 28.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