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지’ 관광상품화 왜 못 하나

영화 촬영지가 방치되고 있다. 평창 미탄면에 자리한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이 관리가 부실해 관광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2005년 당시 한국 영화사상 흥행 4위를 기록했던 이 영화가 인기를 끌 때는 주말과 휴일에 3,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겨우 100여 명이 다녀갈 뿐이다. 개장 3년 만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관광 상품화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의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도내에는 영화·드라마 촬영지가 많다. ‘웰컴 투 동막골’을 비롯해 ‘겨울연가’ ‘토지’ ‘가을동화’ ‘외출’ ‘대조영’ 등의 세트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영화나 드라마가 상승세를 탈 때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때문에 지자체마다 세트장을 유치해 지역경기를 살리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종영과 더불어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처럼 1회성 코스로 전락하는 게 문제다.

대중매체를 통해 노출된 세트장은 관광객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게 장점이다. 관광객과 장소 간의 심리적 거리를 줄여 관광지 선택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관광자원이 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안내원조차 없는 관광안내센터가 덩그러니 놓여 있거나 일부 시설이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영화의 인기 추이에 따른 어느 정도의 방문객 증감은 이해되나 관리 소홀에 그 원인이 있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치단체의 빈틈없는 활용 계획을 당부하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관광자원을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고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트장 방문객들의 선호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들은 장소가 가진 고유한 가치보다 드라마 속의 시각적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의 특색 있는 관광상품과 적절한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관광 전쟁시대에 대응하는 보다 세밀한 전략을 바란다.

by 100명 2008. 5. 28.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