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펀드, 위기인가 기회인가

추락 지속에 `IMF금융구제설'까지

"펀더멘털 좋아 換亂 가능성은 낮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베트남 경제위기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베트남펀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때 중국에 버금가는 고성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베트남 경제는 25%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무역적자로 인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설이 제기되는 등 경제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베트남 증시가 바닥 없는 추락을 지속하면서 전체 수탁고가 6천억원이 넘는 국내 베트남펀드들도 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베트남 경제가 당장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베트남펀드, 바닥 모를 추락 = 27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2천57억원으로 국내 출시된 베트남펀드들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은 26일 기준 6개월 수익률이 -46.33%를 기록하고 있고, 3개월 수익률은 -32.19%, 1년 수익률은 -46.44%를 나타내고 있다.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1'은 6개월 수익률이 -42.11%, 'KB베트남포커스혼합(클래스-A)'는 -41.55%를 기록 중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베트남 전용 펀드는 모두 9개로 6개월 수익률 평균(단순)은 -32% 수준이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2.64%는 물론 손실이 컸던 중국펀드나 인도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12.04%나 -9.72%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해 연초 낙폭이 컸던 신흥시장 증시들이 최근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베트남 증시는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홀로 전날까지 16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베트남 증시는 연초 잠시 반등하다 다시 급락세로 돌아서 호찌민 증권시장의 VN지수는 작년 10월 고점에 대비해 26일 현재까지 62% 폭락한 상태다.

이에 반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고점 대비 50% 이상 확대했던 낙폭을 40% 수준으로 줄였고, 미국 S&P500지수는 낙폭을 20%에서 12%로, 코스피지수는 26%에서 13%로 각각 축소했다.

◇ 경제위기설도 확산 = 베트남 증시의 추락은 베트남 경제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한때 신흥시장 중에서도 블루칩으로 각광 받았던 베트남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고강도의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무역적자다.

베트남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2%로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12.16%에서 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아울러 5월 누적 무역적자는 전월보다 33억달러 늘어난 14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42억3천달러에 비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런 불안 요인들이 가중되면서 현지 증시가 급락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과 맞물려 가파르게 오르던 부동산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시장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다이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베트남 경제가 대규모 무역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개월 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투자비중을 제로로 줄이라고 경고, 베트남판 외환위기설을 확산시켰다.

◇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 = 반면 베트남의 경기위기설이 실제보다 과장됐고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신영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베트남 경제위기는 무역적자 확대와 물가급등이 원인으로 당분간 혼란은 지속하겠지만 IMF 차관 도입 가능성은 낮다"며 "외채 대비 외환보유액이 91%에 달해 전체적으로 외채 상환 능력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양종금증권도 지난주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대외채무구조는 외환위기 당시의 동남아국가나 다른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 매우 양호하다"며 "베트남 경제의 과열이 외환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베트남경제의 현 위기상황은 성장통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당장은 압축 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긴축정책으로 고비를 넘긴다면 오히려 누적된 과열이 해소되면서 이후 안정적인 고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장기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 베트남펀드, 위기는 기회(?) =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베트남에 투자하는 해외 뮤추얼펀드는 지난주(15~21일) 자금이 유출도 유입도 없는 보합권에 머물렀으며, 앞서 2주 동안은 5천9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주 베트남 증시에서도 외국인은 2천600만 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7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베트남펀드 중 손실 폭이 가장 큰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은 베트남 경제위기설이 고조된 지난 1개월 동안 35억원이 순유입됐고, 'KB베트남포커스혼합(클래스-A)'와 'KB베트남포커스혼합(클래스-C)'은 각각 35억원과 4억원이 들어와 전체적으로 74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 같은 자금 유입은 대부분 적립식 투자자금으로 추정된다.

9개의 국내 베트남펀드 중 이들 3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폐쇄형'으로 중도 환매나 가입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각에선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매수의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성재만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베트남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았고 성장 전망도 유효하기 때문에 장기투자 관점에서 분산투자 원칙만 지킨다면 지금 신규로 진입하는 것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 경제위기를 투자기회로 활용할 여지가 있더라도 투자 시기는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늦출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수진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과거 한국 등 외환위기 사례를 보더라도 위기를 넘긴 뒤 경제의 체질개선과 함께 증시가 급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에서도 투자기회가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회복의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by 100명 2008. 5. 27.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