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지, 미국 휴대폰 시장 장악

기사입력 2008-07-23 21:27


[한겨레] 블랙잭·초콜릿폰 등 인기 업고 1위 다툼

모토롤라 제치고 점유율 50% 육박할듯


“모토롤라 비켜!”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모토롤라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미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모토롤라를 제쳤고, 삼성전자·엘지전자·팬택의 미국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엘지전자는 2분기에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에서 모토롤라를 추월한 게 확실시되고 있다.

23일 휴대전화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모토롤라의 점유율은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의 점유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06년부터 시작돼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어낼리틱스(SA)가 집계한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의 미국시장 점유율을 보면, 모토롤라의 점유율은 2006년 38.3%에서 지난해 35%로 떨어졌고, 올 1분기에는 25.6%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는 15%에서 22.1%로 높아졌고, 엘지전자는 15.1%에서 21.3%로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지난 2분기를 지나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모토롤라를 제쳤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엘지전자는 지난 2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시장 점유율이 23%대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5일, 모토롤라는 31일에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2분기에는 노키아의 미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삼성전자와 모토롤라의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국내 업체가 모토롤라를 제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스팅트’와 스마트폰인 ‘블랙잭’을 앞세워 미국 휴대전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스팅트를 지난 6월 중순부터 스프린트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2주 만에 ‘가장 잘 팔린 단말기’ 대열에 올랐다. 엘지전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쿼티폰’과 뮤직폰인 ‘초콜릿폰’으로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동통신의 종주국이자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규모의 휴대전화 시장이다. 연간 휴대전화 공급량이 1억8천여만대로, 서유럽 나라들에서 팔리는 것을 모두 합친 것과 같은 규모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업체가 모토롤라를 따돌리고 미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를 할 경우,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엘지전자 최준혁 과장은 “우리나라 업체가 휴대전화 종주국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인 미국을 장악하는 셈”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체가 미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미국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배경에는 모토롤라의 부진 탓도 크다는 점을 들어, 언제든지 다시 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모토롤라는 무선통신기와 무선호출기, 우주통신 단말기 등을 처음으로 내놓고 ‘스타텍’과 ‘레이저’ 신화를 이룬 업체”라며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모두 모토롤라 사례를 교훈으로 삼는 동시에 언제든 반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8. 7. 23.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