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엎친 데 ‘석유수출 금지’ 덮쳐

기사입력 2008-05-26 03:11 |최종수정2008-05-26 04:05
[동아일보]

카자흐 “국내내수-물가안정 위해 9월까지 금수”

사우디-러 등도 감산… 비산유국 석유확보 비상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산유국의 석유 수출 금지나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보츠와나 등 마이너 산유국들은 특정 석유제품에 한정해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메이저 산유국들도 석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현상으로 비산유국들은 석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물가 안정용 금수조치=마이너 산유국들은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7위 석유 보유국인 카자흐스탄은 20일부터 9월 1일까지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고 러시아 노보스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올 4월에만 경유(디젤유)가 6.5% 올라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고 있다.

중국의 국영 정유업체 중국석유는 “지진 이후 늘어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유 수입을 늘리고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석유 수출 금지를 보복 수단으로 이용하는 국가도 있다. 인도석유공사는 네팔에서 공산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한 이후 이 나라에 대한 석유 수출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네팔뉴스닷컴이 22일 보도했다. 남아프리카 보츠와나 정부는 인종 갈등을 이유로 이웃 국가인 짐바브웨에 대해 석유 금수 조치를 내렸다.

▽메이저 산유국에서도 수출 규제 압력=메이저 산유국들도 석유 생산 감축과 수출 규제 같은 ‘저강도’ 조치를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24일 모스크바를 비롯한 51개 러시아 도시에서는 자동차 연료 인상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세계 2위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에서 벌어진 석유값 인하 시위는 수출 규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6월 1일부터 석유 수출 세금을 17% 올리기로 했다. 러시아 최대 전력회사인 러시아 통합전력시스템(UES)의 아나톨리 추바이스 사장은 20일 “고유가로 인해 극심해진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천연가스 수출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요량 감소를 이유로 올 2분기(4∼6월)까지 석유 생산을 줄였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올 3분기(7∼9월)에도 (세계 시장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으면 모든 종류의 석유에 대해 증산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 보도했다.
by 100명 2008. 5. 26. 0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