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광장’ 영역·제한 없이 바글바글
아고라(Agora)는 그리스어로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을 뜻한다. 집밖에서 공공 생활을 즐겼던 그리스인들은 아고라에 모여 정치와 사상은 물론 일상의 작은 관심 하나까지 나눴다.

이에 착안해 개발된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아고라(agora.media.daum.net) 역시 인터넷 세상에서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들은 '누리꾼'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2004년 12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핫 이슈에 대한 인터넷 여론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아고라와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토론 광장에서 사람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청원에 제한은 '없다'

아고라 청원 코너는 지난 2004년 '모피를 입느니 차라리 벗겠다'는 모피 반대 운동 청원을 시작으로 누리꾼들이 청원한 내용에 대해 리플로 서명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청원의 내용에는 제한이 없다.

'군인들도 머리를 기르게 해달라'는 청원부터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별별 청원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이 중 누리꾼들의 청원이 수렴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06년 'A 텔레콤의 지하철 광고에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청원이 누리꾼들의 큰 공감을 얻자 A사에서 사과하고 서둘러 광고를 철거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인에게 속아 코카인을 운반했다는 혐의로 프랑스 정부에 붙잡힌 주부 장미정씨 역시 누리꾼 '라울'의 '마약누명 주부 장미정씨를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으로 고국의 품에 돌아왔다. 8973명의 서명이 힘을 준 사례다.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며 문제를 해결한 청원도 눈에 띈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대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공식 사과를 요청한 누리꾼 '풋어른'의 '전여옥 의원님, 대졸만 피선거권이 있답디까?'라는 청원은 6531명의 서명을 받았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공식 사과하고 당사자인 전여옥 대변인도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 사건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다.

▶ 토론 문화의 활성화

리플로 이뤄지는 아고라의 토론은 치열하다. 최근의 경우 '김밥할머니 폭행사건' '한미 FTA 비준' '독도 사수' 등 핫 이슈와 뉴스 등이 주요 토론거리. 이렇게 올라오는 게시 글이 하루에도 400~500여 개에 달하고, 게시글 밑에는 여지없이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리플이 달린다.

MBC TV의 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은 방영에 앞서 아고라의 '100분 토론' 코너에서 누리꾼들의 의견을 미리 듣는다. 5월 첫째 주 토론 주제였던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에는 약 4만여 개의 리플이 달리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마련된 '토론장'에서도 누리꾼들의 공방은 끊이지 않는다. 크게 정치·경제·사회·연예·IT/과학·세계 섹션으로 구분된 뉴스 토론장에서 가장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정치' 분야. 21일 현재 누리꾼들은 정치 섹션에만 180만여 개의 의견을 올리며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황당 청원 사례

-공포 영화 광고가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안 떴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넷 열다가 깜짝깜짝 놀란다며…

-싱가포르처럼 태형을 도입해주세요 -> 나쁜 사람들은 고통이 어떤 건지 알아야 정신을 차린다며…

-개념없는 국회의원 명단 제작해주세요 -> 도대체 신뢰를 할 수가 없다며…

-온라인 게임에 '피로도'를 도입해주세요 -> 자신의 미래보다 게임 속 레벨업과 아이템을 더 중요시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줍시다 -> 고령의 경비원 아저씨들이 무더운 여름을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한다며…

-기관장들 차량을 다 없애주세요 -> 기관장들 차량이 죄다 3500cc 이상, 국민혈세 낭비한다며…
by 100명 2008. 5. 24. 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