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손가락이…" 주방사고, 적절한 응급처치가 중요

기사입력 2008-05-23 16:20
[동아닷컴]

주방안전사고, 적절한 응급처치·빠른 병원 이송이 관건

최근 개그맨 조수원이 개그프로그램의 새 코너를 위해 소품을 만들던 중 왼손 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조수원은 사고 직후 인근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정밀 미세접합수술을 받기 위해 신촌연세병원으로 옮겨 인대 봉합 수술을 받았다.

손·발가락 손상 또는 절단의 위험이 높은 산업현장 이외의 장소에서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수원과 같이 소품을 만드는 등의 공작활동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공간인 부엌에서도 안전사고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엌은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공간으로 가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꼽힌다. 부엌에서 믹서기, 칼, 컵, 채칼 등을 잘못 다뤄 신체 일부가 베이거나 절단되는 등의 안전사고가 흔하다.

주부 이영화(42세 여)는 최근 가슴을 쓸어내는 일을 겪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여름철 열무김치를 담기 위해 마늘을 믹서기로 갈고 있던 중 마늘이 칼날에 끼어 믹서기가 멈춰서자 무심코 손을 집어넣은 것. 문제는 전원을 끄지 않아 손으로 마늘을 건드리자 믹서기 칼날이 돌아 간 것이다. 다행히 절단 사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이 심하게 베인 이영화씨는 조금만 운이 없었으면 손가락이 절단 되었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3년 9월 초까지 접수된 믹서기로 인한 사고 85건 가운데,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열상(찢어짐) 혹은 절단사고를 당한 경우가 87.5%로 가장 많았으며, 믹서기 뚜껑이 열리면서 칼날이 튀어 오르는 등의 사고로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경우가 7.7%였다. 칼날에 남아 있는 음식물을 맛보다가 모르고 스위치를 작동시켜 혀에 칼날이 박히는 등의 상처를 입은 건도 2건이나 됐다.

신촌연세병원 김영진 병원장은 “주방안전사고는 주로 주방출입이 잦아지는 저녁시간이나 밤에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 미세접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렵고, 당황해 주변의 가까운 병원도 생각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많다”며 “평소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첨단 의료 장비가 보유된 병원, 전문 미세접합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 어디 있는지 알아두면 절단사고 발생 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미세접합 수술, 섬세함과 빠른 대응이 성공률↑

미세접합수술은 지름 1㎜ 이하의 아주 작은 혈관과 신경을 이을 수 있도록 10~12.5배로 확대해 볼 수 있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한 혈관, 신경 등을 재건, 봉합해주거나 뼈, 피부, 지방, 근육, 힘줄 등 여러 가지 조직을 이식, 본래의 기능을 복원하는 수술법으로 섬세함이 요구되는 수술분야다.

특히 주방안전사고의 중심에 있는 손은 신경, 혈관, 인대 등 구성하고 있는 조직들이 매우 작고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섬세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복원하기 위한 미세접합수술이 필수적이다.

미세접합수술 성공률은 손상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80% 정도이며 절단된 상태가 비교적 깨끗한 경우에는 95%에 달한다. 수술하는 전문의의 섬세함, 임상경험과 수술 장비, 병원의 신속한 대응 정도도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김영진 병원장은 “흔히 손가락, 팔, 발 등 신체 일부분이 베이거나 절단되면 당황해 응급처치가 늦어지는데, 제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손상이나 후유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절단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적절한 응급처치를 한 후 빠르게 미세수지접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체의 일부가 베이거나 절단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손상된 부위를 붕대, 거즈 등으로 압박해 출혈을 막고, 심장보다 더 높이 올려준다. 잘려나간 부위 또는 떨어진 살점은 생리식염수로 깨끗이 씻고 식염수에 적신 거즈로 싼 후 밀봉해 얼음에 보관 수송한다. 잘려나간 부위가 얼음에 직접 닿지 않아야 한다. 얼음에 닿아 조직이 얼게 되면 접합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접합수술은 보통 6-8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잘려나간 부위의 보관을 잘 한다면 24시간까지도 가능하다.
by 100명 2008. 5. 24. 00:21